인천도시가스 소년소녀가장 자매결연

“사회진출을 축하합니다. 스스로의 몫을 다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회인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24일 오전 인천시 서구 가좌동 인천도시가스㈜(사장 김정치) 사내 강당. 이 회사로부터 매달 생활보조금을 받고 있는 모범 소년·소녀가장 30명이 오랫만에 자리를 같이했다. 또 새로 결연을 맺을 6명의 새얼굴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인천도시가스의 도움으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과 사회로 진출하는 6명의 결연자를 축하하고 이들의 빈자리를 메꿀 새로운 식구를 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상견례 등 행사를 마친 소년·소녀가장들은 평소 후견인 역할을 해주던 각 부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그동안 못다한 대화를 나누는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천도시가스측이 소년·소녀가장과 결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당시 20명을 선발해 생활보조금을 전달하던 것이 이제 30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 회사는 보조금 지원외에도 각 부서별로 직원 2∼3명씩이 소년·소녀가장과 별도로 결연을 맺고 형이나 오빠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희망과 꿈을 키우는데 인천도시가스의 도움이 정말 컸다”는 이들 모범 소년·소녀가장들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해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한경일기자 gihan@kgib.co.kr

지체장애자 돌보는 오산 성심동원

“혼자 몸으로는 먹지도 걷지도 못한채 숨쉬기 조차 힘겨워 보이던 신형이가 선생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대견한 모습을 보고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함께 그간 원망의 눈으로만 바로보던 세상에 대한 편견도 버리게 됐습니다.” 염색체 변이로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이란 지체장애를 가진 신형군(6)을 지난해 3월 사회복지시설인 성심동원에 맡겼던 아버지(38)가 그해 여름 성심소식지에 실은 감사의 글이다. 오산시 가수동 소재 성심동원(원장 김연순·80)에는 이렇듯 뇌성마비 자폐증 등의 지체장애를 가진 원생들이 126명이나 된다. 성심동원은 지난 57년 육아시설로 인가를 받은뒤 81년 정신지체시설로 바뀌어 특수교육기관인 성심학교를 설립한데 이어 89년 정신지체아들에게 기술교육을 가르치는 성심보호작업장을 신설한 비영리 사회복지법인. 여기엔 원생들을 먹여주고 씻겨주는등 엄마 노릇을 하며 24시간 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동고동락하는 11명의 생활교사들이 박봉속에서 사명감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IMF한파 이후 독지가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성심동원은 예전의 화기애애 했던 분위기가 사라지는등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더욱이 원생들의 자활의지를 북돋우며 일생을 바쳐 온 김원장이 2년전 심장병 수술후 건강을 잃은 노년의 몸으로 자리에 눕는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노는 원생들을 떠올리며 김원장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창문을 내려다본다./오산=조윤장기자 yjcho@kgib.co.kr

38년만에 학사모쓴 인하대 송정선씨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했던 만학도가 재입학한 7학기중 5학기동안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고 38년만에 24일 인하대를 졸업했다. 이 대학 화학생물고분자 공학부 62학번 송정선씨(57·서울 강동구 고덕동). 송씨는 지난 62년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으나 1학년 2학기 미등록으로 제적됐다. 송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1학기만 마치고 군에 입대했으나 제대 후에도 집안을 돌보느라 복학하지 못하고 시계회사와 무역회사 등을 다니며 정신없이 20∼30대를 보냈다. 남달리 근면한 생활자세로 무역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89년엔 마침내 정원무역상사 창업주가 되어 연간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재력가로 성장했다. 그러던 송씨가 다시 복학을 결심하게된 것은 지난 96년. 회사가 안정되고 자녀들이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송씨는 평생 한으로 남았던 학업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학심사위원회를 얻어 어렵게 재입학한 송씨는 무역을 하며 갈고 닦은 영어실력을 토대로 공부벌레가 되기 시작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수학. 화학·고분자공학 등이 수학능력을 바탕으로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송씨는 기초수학을 다시 공부하며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이때문에 송씨는 총평점 3.2를 받으며 7학기중 5학기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까지 해보고 싶다는 송씨는 “아직도 청춘”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신호기자 shki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