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닷새간 한국 여정 시작 “분단된 한국의 평화 추구는 세계안정 영향… 절실한 대의”
군부독재의 잔혹, 세계 경제 5위권 국가의 몰락, 연이은 쿠테타, 빈곤의 악순환….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던 고향, 아르헨티나에서의 삶은 평화가 없는 우울 그 자체였다. 이 같은 산전수전 다 겪은 교황은 평화를 꿈꾸며 항상 “희망을 도둑맞지 말라”고 강조해 왔다.
‘안티비관론자’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첫 날인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이 열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 연설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면서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며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그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 추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로, 정의는 하나의 덕목으로서 자제와 관용의 수양을 요구한다”며 “정의는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며 피력했다.
특히 “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하고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이 나라가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면서 “‘연대의 세계화’는 모든 인류 가족의 전인적인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은 전쟁과 분단 등으로 큰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평화’의 가치를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전 10시30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해 교황 환영단에 포함된 평신도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이들이 세월호 가족입니다”라는 소개를 받자 유가족들과 손을 맞잡고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정 이튿날인 15일 오전 10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한 뒤 세월호 가족들과 공식적인 만남을 가질 예정이며 오는 1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을 거행한다.
강현숙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