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진정한 위로 받고 싶다”

오늘 교황과 비공개 접견

14일 프란체스코 교황이 입국한 서울공항에는 세월호 침몰사고의 희생자 유가족도 있었다.

고(故)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부친 남수현씨(세례명 가브리엘)와 부인 송경옥씨(모니카), 사제의 길을 꿈꾸던 예비신학생 고(故) 박성호군(단원고 2학년)의 아버지 박윤오씨(50·임마누엘), 일반인 희생자 고(故) 정원재씨(61·대건안드레아)의 부인 김봉희씨(58마리아) 등 4명이 포함됐다.

세월호 가족들은 교황 비행기가 착륙할 때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리 교황에게 준비해 간 말들은 뒤로한 채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자신을 맞이하러 온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 교사의 부모 앞에 걸음을 멈췄고, 한 손을 가슴에 댄 채 손을 잡고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남수현씨는 “교황님을 직접 뵙고 대화하는 시간 갖고 싶었고, 이로써 심적인 위로, 진정한 위로를 받고 싶었다”며 “교황님 위로 말씀 통해서 모두가 회개하는 마음 갖는 계기 되길 바란다. 세월호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들도 고해성사 하듯이 뉘우치고 나서서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 전하고, 회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 박윤오씨는 “교황을 만나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들의 죽음을 통해 만나야 하나 싶어 아들에게 미안했다”며 “마음속으로 사회 지도층들이 회개해 모든 아픔이 잊혀졌으면 하고 교황에게 기도를 전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사 직후 교황과 비공개로 면담할 예정이다. 교황을 만날 10명의 유족들은 “진도의 참사현장은 실종자가 10명이라는 이유로 잊혀지고 있다” “아이들의 시신만이라도 꼭 끌어안고 목놓아 통곡하며 하늘나라로 보내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신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16일 시복미사가 거행되는 광화문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600여명이 농성장을 유지한 채 함께 미사를 드릴 예정이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교황방한준비위에서 농성 텐트는 철거할 필요 없다며 크게 부담갖지 말라고 알려왔다”며 “하지만 교황의 시야를 가리면 안 되니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측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다”면서 시복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에 대한 강제퇴거를 반대한 바 있다.

이날 미사에도 일부 가족들이 교황을 만나고, 17일 폐막미사에는 생존 학생과 부모들이 참석한다.

박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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