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구리 교문사거리 재개발 지역
김길태 사건 이후 방치된 재개발 지역의 위험성이 잇따라 지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재개발 지역이 아직도 별다른 조치 없이 청소년 탈선과 노숙자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7일 오후 3시께 찾은 구리시 교문사거리 인근의 한 재개발 구역은 폐허 그 자체였다.
모 대기업 직장주택조합이 직원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다는 이 곳은 뉴타운 사업 구역에 포함되면서 존치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통로를 따라 양쪽으로 분리된 재개발 지역에 들어서자 사람의 출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가림막 곳곳에 큼지막한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곳곳에는 갓 버린듯한 담배꽁초와 라면봉지, 소주병 등이 널브러져 있었고, 넘어진 옷장 위에 잘 모셔둔 칫솔과 면도기는 최근까지 이 집에 사람이 머물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방 한쪽에 사람이 누웠던 흔적과 깨진 소주병, 빵 봉지가 눈에 들어왔고, 한켠에는 누군가 갈아신은 것으로 보이는 작업용 신발과 수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골목에서 만난 마을 주민이 “노숙자들에게 오지 말라고 하면 혹시나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며 불안해 한 것이 이해가 됐다.
같은 날 오후 8시 어둠이 짙게 깔리면서 재개발 지역 통로에 보안등이 들어왔다. 맞은 편에 있는 자동차정비소마저 문을 닫은 뒤로는 그나마 있던 인적마저 뜸해졌다. 20분쯤 지나자 40대 여성 한명이 불안한 듯 2m 남짓 한 너비의 통로를 반쯤 뛰다시피하며 교회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 일대를 순찰하는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폐쇄된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려 했으나 안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려 돌아오는 내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이 곳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나 혼자뿐인가?’
/구리=이호진기자 1hjlee@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