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기일보 연중기획

함께 토닥토닥

경인지방우정청 우체국 FC봉사단, '나눔' 배달하고… 이웃 '행복' 설계 [함께 토닥토닥]

‘900명’ 경인지역에서 누군가에게 나눔을 베풀어 인생의 기쁨을 설계하고 자신도 같은 행복감을 느끼는 경인지방우정청 소속 우체국 FC(보험설계사)들의 숫자다.  미래를 위해 시작한 저축예금부터 아프거나 다칠 때 위로가 되는 보험까지 다양한 보험을 설계하고 있는 경인지역의 40개 우체국 소속 FC는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타인의 행복을 가꿔주는 설계사이기도 하다.  11일 오후 부천우체국에서 만난 우체국 FC 봉사단은  봉사를 통해 타인의 행복을 설계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고 있었다. 10년 차부터 20년이 훌쩍 넘은 FC까지 보험설계사로 일한 기간과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봉사를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는 모두 같다.  FC들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희망한다. 현재 자신이 풍족하다고 느끼면 부족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주고 어울리는 사회다. 그렇기 때문에 봉사 활동에 나서면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봉사단을 이끄는 박승옥 회장(64)은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데 FC들은 자발적으로 꾸준하게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많은 일에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돕고 그들의 친구가 되면서 오히려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고 봉사단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양주, 부천, 수원, 여주, 안산 등 경인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행복 설계를 실천 중이다. 단순히 시설에 금전적인 후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장애인들과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함께 산책을 나가며 말동무가 된다. 또 요양병원에 방문해 병실 청소부터 병원 정원 가꾸기, 어르신들 목욕 담당까지 구석구석 나눔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봉사단은 올해 연말엔 지역 곳곳의 소외계층을 찾아 쌀과 라면 등 식료품을 나누며 연휴와 연말을 이들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또한 각 지역별 FC 2~3명을 선발해 FC들이 활동하는 지역의 소외계층을 찾아 1대 1 매칭 봉사를 계획 중이다.   박 회장은 “FC들과 함께 봉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의 작은 손길로 누군가의 하루가 기쁨으로 채워지는 모습을 볼 때면 더욱 적극적으로 나눔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역 곳곳을 살피며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 곳곳에 ‘선한 영향력’ 전파…인하대 학생봉사단 ‘인하랑 [함께 토닥토닥]

발길 닿는 곳마다 도움 손길... 인천 곳곳 ‘감동’ 선물 인천·경기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학생들이 있다. 인하대학교 학생사회봉사단 ‘인하랑’이 그 주인공이다. 인하랑은 지난 2015년 3월 ‘너랑 나랑 인하랑’을 슬로건으로 ‘인하’의 이름으로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고자 모인 봉사단이다. 순수 봉사를 목적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소외받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인하랑은 각종 봉사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틀에 박히지 않고 지역사회와 밀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섬사랑 봉사활동이 있다. 인하랑은 지난 2016년 인천 옹진군 영흥도에서 어르신 건강 관리 등의 봉사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해마다 서해 5도인 백령도와 대청도는 물론 장봉도와 덕적도까지 찾아 꾸준히 사랑을 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교류가 어려운 도서지역을 직접 찾아 주민들을 돕고 싶다는 게 이 같은 섬사랑 봉사활동의 계기로 꼽힌다. 인하랑은 주로 1대1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 지리적 접근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도서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인하대의 다양한 학과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섬 지역 초·중·고교생에게 과학 키트 만들기, RC카 조립, 코딩 수업, 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체험 활동을 위주로 펼치고 있다. 처음 낯설어했던 섬 지역 학생들도 체험 활동을 하면서 대학생 형·누나들과 친해져 이젠 서로 안부까지 묻는 사이로 발전했다. 주서현 인하랑 대표(행정학과)는 “지속적인 활동에 이제는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어줘 교육 시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프로그램 마지막 날엔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아이들에게 들으면 뿌듯하면서 마음도 훈훈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도 인하랑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 기획한 주요 봉사활동 중 하나다. 지역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인하대병원, 김포시와 함께 뜻을 모아 의료·교육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월 겨울방학때 첫 의료·교육·농촌 봉사활동을 했고, 오는 7월에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인하랑은 이 밖에도 어르신 대상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농가 일손 돕기, 연탄 나눔 및 집수리 봉사 등 매학기 직접 기획한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또 환경보호 캠페인과 인천 해안가에서 해양정화 플로깅 활동을 한데 이어, 남동구 일대 노후 담장 벽화 그리기·마을 가꾸기 봉사활동, 진로·진학·학습·교육·체험 멘토링도 하고 있다. 지역사회 곳곳에 학생들의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면서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조명우 인하대 총장은 “인천을 대표하는 명문사학으로서 지역사회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발전에 공헌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인하랑이 창학이념인 ‘봉사’를 실천하는 모습이 매우 뜻깊다”며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남창초 세계시민교육 “모국어 가르치며... 다문화 아이들 뿌리찾기 도와요” [함께 토닥토닥]

13일 오후 2시께 수원특례시 남창초등학교 꿈터교실에선 중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1~2학년생 12명은 선생님의 설명을 한 자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따라갔다. “‘엄마 사랑해’를 중국어로 말해볼 수 있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라고 선생님이 묻자, 12명의 학생이 모두 손을 들었다. 의욕이 넘치는 아이들 몇몇의 입에선 ‘마마, 워 아이니’가 터져 나왔다. 이 수업은 수원 남창초가 지난 3일부터 개설한 무료 방과 후 교육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중국어 교실’이다. 주 4회 열리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대부분은 중국인 부모를 뒀다. 중국 출신 학생들에게 중국어 교실을 개설해 가르치는 이유는 뭘까. 남창초는 전체 학생 114명 중 33명이 부모가 중국인이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 잘 융합하고자 중국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어는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정작 모국어 구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정체성에 혼돈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들이 나서 가르치려 해도 한국어를 우선 습득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환경에서 모국어를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학교 측은 우리의 문화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출신과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는 게 세계 시민의 첫걸음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뿌리와 모국어를 잊지 않게 도와주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학교로 유입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도 주요한 이유였다. 중국 출신 학생들이 4~6학년엔 10명이지만 1~3학년엔 23명에 달한다. 서로의 뿌리를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 건강한 세계 시민이 태어나고 다문화 시대가 가능하다는 김봉수 남창초 교장과 교직원의 마음이 모여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이중 언어 강사를 채용했다.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 중국어 교실은 한국 학생도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교실이 개설되자 한국인 부모와 중국인 부모 모두의 반응은 뜨거웠다. 혐오와 구분 짓기가 만연한 시대에 아이들에게 차별과 다름이 아닌 인정과 공감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한국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하면서 또래 간 소통이 더욱 활발해졌다. 중국 출신인 김수빈양(8)은 “집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모국어를 학교에서도 배우면서 더 자주 사용하고 배우게 돼 기쁘다. 학교에서 배운 모국어로 학교 친구들에게 장난도 치면서 놀 수 있어 즐겁다”고 웃음 지으며 말했다. 언어 강사 오가영씨(가명·44)는 “이곳 중국 학생들은 자신이 다수의 한국인들 틈에 섞인 소수자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 아이들이 서로 화합하고 경계를 나누지 않고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타국 출신으로 두 가지 언어를 오가며 마음을 정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이 됐을 때 자기가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정체성을 이끌어주는 교육에는 국적의 차별이 없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런 차원에서 인종과 국적, 다름을 허무는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절망 속 키운 희망… 피·땀·눈물엔 ‘차별’ 없었죠 [함께 토닥토닥]

“불편함이 있어도 자신의 꿈을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모습을 통해 동료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싶었습니다.” 메달에 비친 환한 미소가 경기도 전역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된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경기도선수단이다.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의 성과를 ‘터널 속에서 만난 횃불’이라고 정의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두 차례나 연기돼 7년 만에 개최된 올림픽에서 종합우승 7연패라는 쾌거를 이뤄낸 덕이다. 실제 도 출신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들이 전자출판, 제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라는 벽을 넘어 전 세계를 압도하기까지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려 왔지만, 지난 2016년 이후 멈춰 버린 출전 기회는 이들의 꿈을 향한 전진에 가장 큰 고비였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어려웠던 이유는 자신의 명예보다 장애인 동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택했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불안하기만 한 마음을 달랜 것은 서로의 따뜻한 온기였다. 정교한 출판 디자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지체장애인 김희동 선수(32·용인특례시)는 “7년의 기다림과 이번 대회를 위해 집중 훈련을 시행했던 140일간의 여정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지난 1월부터 시작한 합숙훈련에서 고민을 공유하고, 진심 어린 응원을 받으며 이겨낸 덕에 동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건네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엿한 프로 디자이너로 성장, 현재 ‘디자인스튜디오 수소’를 운영하며 책자·포스터 등 각종 편집 디자인 실력을 뽐내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보여준 이들의 도전은 개인의 만족에서 그치지 않고 도내 곳곳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여정을 지켜본 지체장애인 소성희씨(39·수원특례시)는 “어둡기만 한 현실에 디자이너라는 꿈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쉼 없이 정진하는 선수들을 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선수단은 “우리가 이룬 성과는 도내 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이룬 것”이라며 “앞으로는 장애인들이 지닌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서 함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십시일반 ‘희망’ 모아… 민관 한마음 “튀르키예 힘내요” [함께 토닥토닥]

“십시일반 모은 우리 경기도의 손길이…튀르키예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길” 지진으로 상처 입은 튀르키예를 돕기 위한 경기도내 지자체와 기업,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안산에서 난로를 제작하는 중소기업 파세코는 영하의 날씨 속에 떨고 있는 튀르키예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난로 3종(5천만원 상당)을 이번 주 지진 피해 지역으로 배송한다. 파세코 관계자는 “튀르키예 이재민들이 한파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난로를 구호 물품으로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씨엔지㈜도 성금 1천만원을 기탁했다.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앞다퉈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지난 10일 현금과 현물 총 300만달러를 지원했고, 네이버도 100만달러의 성금을 전달했다. 도내 지자체들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7일 재해복구지원금 및 구호물품 지원을 위한 100만달러를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으며 정부와 협의를 거쳐 도에서 파견된 119구조대도 현지에서 불철주야 인명 구조에 몰두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도 노동조합과 모금 캠페인을 진행해 모인 1천만원의 성금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다. 수원특례시는 수원특례시의회와 함께 긴급구호금 10만달러를 튀르키예에 전했고, 용인특례시는 2005년 자매결연을 맺은 형제 도시인 ‘카이세리’에 구호금 10만달러를 전했다. 성남시 역시 우호도시 ‘가지안테프’에 10만달러 상당의 구호 물품을 지원했다. 의정부시도 22일까지 1천5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튀르키에 지진 구호 성금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며, 안산시청 직원들 역시 500만원 성금 모금을 진행 중이다. 안양시와 동두천시는 각각 20일, 다음 달 15일까지 성금을 모금한다. 각 지역 주민들의 십시일반 모은 ‘희망’도 하나 둘 튀르키예로 전해지고 있다. 남양주시 진접읍 주민자치회는 겨울옷, 이불 등 방한 물품 320개 박스(5t)를 접수해 14일 전달했다. 화성시가족센터와 화성형아이키움터 10곳도 시민 650여가족 등과 함께 옷, 신발 등을 모아 튀르키예에 전달할 예정이다.  박미경 화성시가족센터장은 “세계시민으로서 튀르키예의 아픔에 공감하는 가족들이 희망을 모아왔다”며 “이들의 마음이 전해져 용기를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잠시 멈춘 사랑나눔 다시 ‘활활’ [함께 토닥토닥]

코로나19로 쉼표를 찍었던 이웃 사랑은 우리 사회의 따스함을 다시 이어가는 접속사가 됐다. 사회를 차갑게 단절시켰던 코로나19는 시민들 마음속 온정까지는 식어 버리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동안 억눌렀던 봉사활동의 열망을 키우게 한 불쏘시개가 됐을 뿐이다. 이처럼 활활 타오르는 이웃 사랑은 꺼지지 않은 채 지역사회 곳곳에 번지고 있다.  2일 오전 10시 수원여대 미림관 1층에 모인 10명의 수원여대 사회봉사단들도 이러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회복지과, 미용예술과 등 학과는 달라도, 학생과 교직원 등 신분은 달라도 자신의 분야와 위치에서 ‘남을 돕자’는 마음가짐은 모두 갖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요양원 방문으로 봉사활동에 눈을 뜬 김은지씨(21·여·사회복지과)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코로나 학번’(20학번)인 김씨는 어린 시절 조부모와 함께 자란 덕분에 노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입학 연도에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을 만났다. 예전에 자신이 만났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걱정에 휩싸였던 김씨는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했다. 과거 그에 의해 손톱에 매니큐어가 발라진 할머니들이 해맑게 웃는 표정을 상기하며 올해 학과 전공 동아리인 ‘사랑나눔’ 소속으로 구성원들과 함께 온정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할 꿈에 부풀었다. 22학번 김민채씨(20·여·미용예술과)는 지난해 3월 자신의 전공 실력을 더 키우고자 학과 전공 동아리인 ‘치크동아리’에 가입했다. 장수사진 촬영을 위해 노인들에게 메이크업을 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깃거리는 절로 미소 짓게 했다. ‘대충하라’고 핀잔을 주는 노인들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들뜨기도 하고, ‘빨간 립스틱이 어울린다’며 소녀처럼 웃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김씨가 올해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굳히게 했다. 교직원들도 계묘년 지역사회를 감싸 안을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수원여대에 입사한 교직원 류순애씨(44·여)는 교내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통해 겨울철 외롭게 지내는 사회소외계층을 떠올렸다. 이를 계기로 올해부터 일상이 돌아온 만큼 개인적인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이계존 수원여대 사회봉사단장(사회복지과 교수)은 “학과 교수들도 일정의 후원금을 내는 등 수원여대 구성원 모두가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봉사활동이 다시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전공 실력 향상과 이웃 사랑 실천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수원여대 사회봉사단은 전체 15개 학과, 31개 전공 동아리(학생 740여명), 교직원 46명 등으로 구성됐다.

[함께 토닥토닥] 수원시장애인합창단, 장애 편견 허물고… ‘감동의 하모니’ 선사

‘10분’. 수원시장애인합창단(이하 합창단)에게 10분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시각을 깨트리기 위한 예열 작업이다. 경증장애인은 동료 단원이 탄 휠체어를 밀어준다. 또 다른 단원은 눈이 불편한 동료의 팔을 가볍게 잡고 자리를 안내하며 시선을 관객에 두게 한다. 이처럼 끈끈한 동료애로 단상에 오른 이들은 목소리를 가다듬거나 악기를 어루만지는 등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감동을 선사할 준비를 마친다. 평균 연령 68세, 중증·시각·발달장애인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지난 2001년부터 목소리와 악기로 자신감을 뿜어내고 있다. 매주 화·목요일 오후 7시에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리는 연습에 단원들은 늘 행복한 표정으로 참여한다. 노래 한 곡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개월. 고령이다 보니 가사를 외우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동료끼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등 가족과 같은 분위기로 연습에 매진한다. 발달장애인 김연수씨(30) 역시 매주 화·목요일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5년 전 우연히 장애인체육대회에서 장기자랑으로 대상을 탄 김씨는 부모의 권유로 합창단에 들어가고 난 뒤 얼굴이 활짝 폈다. 비슷한 연령대가 없음에도 부모님 나이대인 단원들과 한목소리가 될 때 그의 음색은 선율에 춤을 춘다. 이를 계기로 김씨는 현재 성악을 배우는 등 합창단은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8년째 합창단에서 색소폰 연주를 맡은 시각장애인 안태문씨(60)도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1일 WI컨벤션에서 열린 합창단의 정기연주회의 공연을 마친 안씨는 긴장감 탓에 연주가 끝났음에도 잠시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고막에 ‘짝짝’ 소리가 들리자 성취감이 솟구쳤다. 특히 이 자리에 함께한 단원들의 가족, 자원봉사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색소폰 불기를 잘했다고 느꼈다. 장애라는 벽을 허무는 이들은 더 많은 시민 앞에서 공연하는 등 수원특례시의 홍보대사를 자처할 예정이다. 이종갑 단장은 “장애라는 제약이 있다 보니 폐쇄된 특정 공간에서 연습·공연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우리는 할 수 있다. 비장애인처럼 야외 등 다양한 공간에서 노래를 통해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따뜻함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함께 토닥토닥] 아이들과 뿌리는 나눔의 씨앗 '나눔교육강사단'

“아이들과 뿌리는 ‘나눔’ 씨앗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희망 열매를 맺겠습니다.” 경제에 불어닥치는 한파로 서로의 온기가 절실한 연말, ‘나눔’으로 추위를 녹이는 이들이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진정한 ‘나눔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10년째 봉사 모임을 이어온 ㈔남양주시자원봉사센터의 ‘나눔 교육 강사단’이다. 매서운 칼바람에 도로마저 얼어붙은 9일 오전. ‘나눔 리더 교육’이 한창인 남양주시의 한 초등학교는 교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아이들의 환호성과 교육 봉사자의 웃음소리로 온기를 띠었다. 2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들의 눈은 내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호흡하며 교육을 진행해온 봉사단의 노하우 덕이다.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나눔 리더 교육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주 1회 2시간씩 3주간 진행되는 수업이다. 나눔에 대한 이해, 나눔 리더의 자세, 칭찬릴레이, 감사편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아이들이 재밌게 연대 의식을 기를 수 있다. 나눔 교육 강사단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진행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래 세대에 대해 진정한 애정을 갖지 않으면 눈높이가 다른 세대와 소통이 쉽지 않고, 오히려 기성세대의 잘못된 편견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어 각별한 책임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 강사단은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늦깎이 입학생으로 대학 교육학과에 진학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아이들에게 크고 작은 변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정한 리더는 권위가 아닌 사랑으로 섬기는 사람’이라는 내용을 처음 접한 아이들은 “대장은 무시무시한 사람인 줄 알았다”며 웅성이기도 했지만, 이내 나눔의 즐거움을 고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짝을 지어 서로가 가진 장점을 칭찬하던 아이들은 “친구를 칭찬하다 보니 오히려 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배울 수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진정한 감사는 비교로부터 올 수 없다는 교훈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품어줄 수 있는 동력이 된 것이다. 나눔 교육 강사단에서 10년째 봉사해온 안조경 강사(51)는 “아이들이 ‘나눔’이 얼마나 쉽고 즐거운 일인지 깨달을 때 가장 깊은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나눔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손사라기자

[함께 토닥토닥] 안양 지역민을 위한 '자선 음악회'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안양대 음악학과의 지역민을 위한 연주소리는 꽤 오랫동안 꺼져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장 문이 굳게 닫히면서 코로나19가 터진 후 무대에 거의 오르지 못했다. 올 들어 간신히 연주회 일정도 방역 지침 탓에 공연 직전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예술인들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이대로만 있을 수는 없는 법. 긴 공백에 지친 안양지역민들은 문화 공연을 고대하고 있었다. 연주소리를 언제까지 안 낼 수는 없었다. 안양대 음악학과는 연말을 맞아 지역민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과감한 모험에 나선다. 백경원 음악학과 교수와 16명의 성악, 피아노 등을 전공하는 학부생들이 자선 음악회를 준비한 것. 9일 오후 7시30분 안양대 아리홀에서 열리는 자선 음악회 윈터 콘서트에는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독일 연가곡을 성악 전공 학생들이 새롭게 재해석한 음악극과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등 귀에 익은 캐롤이 울릴 예정이다. 이번 음악회 기획에 참여한 성악 전공의 박세은 학생(25)은 “백경원 교수님을 비롯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비했다”며 “이번 공연이 자선 음악회인 만큼 코로나19 사태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지역민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9일 열리는 ‘자선 음악회’를 위해 매일 10여명이 넘는 음악학과 학생들이 대학교 문화관 한 강의실에 모여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예진 학생(22)은 “같은 학부 학생들과 모여 음악회에 나설 곡을 연습 중”이라며 “우리의 곡들을 지역민들에게 들려준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겠다”고 했다. 안양대 음악학과가 지역민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열게 된 이유는 최근 ‘자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행사가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선 음악회에 모금함을 만들어 이를 통해 모금한 기부금을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자선 음악회라는 이름에 맞게 연말연시 나눔도 함께 한다는 취지다. 백경원 교수는 “이번 자선 음악회를 위해 지난 1년간 기획하고 준비했다”며 “기획 의도에 맞게 모든 지역민을 포함한 어느 누구든 편하게 방문해 따뜻한 음악소리를 듣고 갔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안양=박용규기자

[함께 토닥토닥] 연천 5사단 표범여단, 6년째 이웃사랑… 명 받았습니다!

“그간 지켜온 ‘이웃사랑’의 가치를 잊지 않고 노력해 지역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군 부대가 되겠습니다” 연천군에는 6년째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군 부대가 있다. 5사단 표범여단이 그 주인공. 강원 철원군 일대에서 유해발굴 작전에 투입되며 ‘중서부전선의 수호자’라 불리는 표범여단은 최전방 부대로 평상시엔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위해 힘쓰면서도,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표범여단 소속 간부들은 봉급 중 일부 금액을 연천군 신서면 일대 복지사업인 ‘오복주머니’를 통해 매달 기부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면사무소에 모여 반찬이나 보행기 등 어르신들이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사용된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이 같은 선행은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소규모였던 참여 인원도 100여명까지 늘었다. 특히 이 지역에는 형편이 어려운 6·25전쟁 참전용사 어르신들도 많이 거주하는데, ‘후배’들의 도움을 받고 입가에 웃음꽃이 만연한 모습에 이들은 군인으로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낀다. 이들의 선행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6년 당시 이미 지역사회와 꾸준히 교류해 왔던 표범여단은 ‘정기적으로 선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월급이 밀리지 않고 나온다는 군인의 ‘최대 장점’을 살려보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그렇게 적게는 1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 매달 기부하며 소외된 이웃의 믿음직스런 그늘막이 되고 있다. 금전적 지원 외에도 부대의 ‘선한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표범여단은 다양한 종류의 대민 지원을 통해 지역 어르신들의 부족한 일손을 돕고 있다. 모내기부터 연탄 배달까지 지역주민들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든 달려간다. 특히 재작년에는 연천군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이 일대가 물에 잠긴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여단은 집 전체가 침수 피해를 입은 아흔 넘은 6·25 전쟁 참전용사 어르신이 다시 살 수 있게 집을 지어 주기도 했다. 이 같은 긍정적 영향력이 간부들과 장병들 사이에서 퍼졌기 때문일까. 표범여단에선 최근 그 흔한 악성 대민사고나 간부·병사 관련 사고도 없었다. 향후 표범여단의 꿈은 민군이 협력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부대 인근의 대광초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등 재능기부 활동도 재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선행을 인정 받은 표범여단은 지난 4월 경기북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착한 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주현 5사단 표범여단장은 “표범여단은 국민의 군대 일원으로 언제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군 부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함께 토닥토닥] 이웃들 ‘웃음소리’ 반주로 부부가 전하는 사랑의 합주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소외된 이웃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나누는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20일 오전 파주시 목동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전국 각지를 다니며 공연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부부공연단인 남편 김수경(80), 아내 이옥자씨(75)의 따뜻한 연주 소리다. 이들은 8년 전부터 요양병원·요양원, 장애인 복지시설, 교회 등에서 아코디언, 키보드를 연주하며 희망을 나누고 있다. 홀몸 어르신, 장애인, 한부모 등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준다는 의미에서 공연단 이름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지었다. 부부는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6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남행열차’를 시작으로 5~6곡의 대중가요 메들리를 연주하면서 부부는 중간 중간 눈빛을 맞추고 함께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춰갔다. 부부의 입가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옥자씨는 “복지시설에서 아이들이 ‘할머니·할아버지 공연하러 또 언제 오냐’고 물어볼 때나, 장애인 친구들이 휠체어를 타고 집에 찾아와 명절 인사를 할 때 등 그간 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낄 때가 수도 없이 많다”며 “환자들에게 되레 ‘건강하게 오래 오래 공연해달라’는 말을 들을 땐 가슴이 찡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 도매업을 하던 이들 부부는 8년 전 사업이 실패하면서 경기도에 오게 됐다. 막대한 빚을 지고 몸 누일 곳 없이 친척 집을 전전하던 시절의 부부는 희망을 잃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파산면책 뒤, 파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부부는 ‘주위 사람들과 나라에 받은 도움을 봉사하며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김수경씨는 72세에 노인복지회관에서 아코디언을, 이옥자씨는 65세에 키보드를 배우기 시작했다. 황혼에 악기 연주를 시작한 이들은 도내 봉사 시설을 한 군데씩 늘려나가 현재 50여군데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최근엔 이들의 선행을 알게 된 이웃이 악기를 운반하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손뜨개와 손편지 등을 건네주기도 한다. 오랜 봉사활동으로 부부는 지난 9월 ‘파주시 자원봉사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지난 2019년엔 윤후덕 국회의원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1월 김수경씨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정식 예술인으로 인정받아 창작준비금도 지급받았다. 김수경씨는 “주위 이웃들, 정부의 도움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은혜에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해 공연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공연하며 같이 웃고 춤출 때 가장 행복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공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보람기자

[함께 토닥토닥] 순댓국에 우려낸 진한 사랑

‘송송’ 썰리는 청양고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성인 남자가 두 팔로 겨우 감싸 안을 정도인 지름 150㎝의 거대한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나는 수증기가 구수한 순댓국 냄새와 함께 가게 안으로 퍼지자 군침이 절로 돌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방영선 수원 A순대국 대표(48)는 육수가 푹 고아졌는지, 가마솥 뚜껑을 열어봤다. 직원 김선실씨, 방선자씨는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방 대표는 이처럼 정성을 들여 만든 순댓국을 정자3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매달 홀몸 노인 등 관내 저소득층 가구 20여명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등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가진 나눔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특히 감성적인 성격의 방 대표는 어려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룬 TV프로그램을 즐겨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며 이 같은 다짐을 되새겼다. 이를 실천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대학 진학 대신 취업 전선에 뛰어든 방 대표는 주방보조 등 밑바닥부터 일하다가 지난 2019년 A순대국을 인수했다. 직원에서 사장으로 호칭만 변경됐을 뿐 병원 갈 시간도 없는 등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 다만, 순대국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줄 수 있는 결정 권한은 생겼다. 비록 자신과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일로 음식을 직접 배달하지 못해 소외계층의 반응을 몰라도 정자3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로부터 ‘할머니가 아주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없던 기운도 생겼다. 순댓국을 더 맛있게 끓이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도 오전 9시에 가게에 나와 육수가 진해졌는지 살폈다. 이 때문에 달력에 ‘순댓국 봉사’라는 글귀를 적을 때 설렌다. 가족과 같은 단골손님들이 “좋은 일한다”며 치켜세우면 쑥스럽기도 하면서도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나눔 실천의 의지를 되뇌였다. 방 대표는 “사정상 직접 배달하지 못함에도 동사무소 직원들이 대신 순댓국을 갖다주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그들이 없다면 이러한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옛날에는 연말연시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구세군 냄비가 가득했는데, 점점 사회가 각박해지는 거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어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저도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 수 있다”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순댓국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민기자

[함께 토닥토닥] "딸과 특별한 첫 여행"… 행복한 '한부모가정'

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지나면서 가족의 의미를 한층 새롭게 곱씹게 된다. 과거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의 의미를 강하게 품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혈연이 아닌 관계도 폭넓게 ‘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는 각양각색 가족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포용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이들이 있다. 특히 한부모가정의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가족 기능의 회복 및 유지, 자립생활 지원 등에 집중한다. 보다 행복한 가족 구축을 위해 힘 쓰는 경기남부한부모가족지원거점기관(이하 기관) 이야기다. 수원특례시, 김포시 등 경기남부지역 21개 시·군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기관은 해마다 ▲부모·자녀 교육 운영 ▲자조모임 운영 ▲심리상담서비스 연계 ▲고위험군 한부모가족 집중 사례관리 ▲우리 가족 나들이 등 프로그램을 꾸린다. 올해의 목표는 지역의 소외된 한부모가정 발굴 등에 집중하면서 네트워크 구축 및 정보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내년에는 프로그램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을 꿈꾼다. 이후 2024년엔 경기도 한부모가정의 전반적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외롭지 않고 편견에 숨지 않는 한부모가정을 위해 기관은 달린다. 최근에는 강원도에서 이틀간(9월3~4일) ‘나눔의 숲 체험’ 캠프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제한받는 이때에 더욱 고립감을 느끼고 우울할 수 있는 한부모가정에게 행복한 여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캠프에는 12가정 30여명이 함께 했다. 캠프에 참여한 익명의 한 부모는 “딸과 함께하는 여행이 처음이었다. 함께 스탬프도 찍고 퀴즈도 풀며 마음을 나눠 뿌듯하고 좋았다”며 “한부모가정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명화 경기남부한부모가족지원거점기관장은 “전문성을 높인 프로그램을 추가 개발, 권역별·연령별·성별 등에 따른 차이를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부모가정이 온전한 ‘가족’으로 인식되게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연우기자

[함께 토닥토닥] 손에서 손으로…‘사랑의 소리’ 들리나요

수어 봉사 ‘손으로 하나되어’ 화려하고 논리적인 어법으로도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게 쉽지 않은 요즘, 특별한 힘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고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표정과 입모양, 손에서 마음의 진심이 오고간다. 농아인들만의 농문화에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수어봉사동아리 ‘손으로 하나되어’의 이야기다. ‘손으로 하나되어’는 지난 2003년부터 한국농아인협회 경기도협회 수원시지회 소속으로 수원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직장을 다니는 20대부터 자녀를 둔 50대 회원까지 실질적으로 동아리를 꾸려나가는 인원은 10여명. 송남숙 회장(57)과 19년째 함께 해온 원년 멤버 4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회원들이 동아리에서 10년을 훌쩍 넘겨 활동해왔다. 가장 연차가 적은 회원도 6~7년 차여서 서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 얼마 전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수원시농아인쉼터를 찾았을 때도 6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집에만 갇혀 있는 농아 어르신들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얼굴을 마주하고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윤영선 할아버지(79)는 “회원들은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수어로 흐뭇함을 드러냈다. 회원들은 장애인복지센터 교육, 각종 장애인 축제, 체육대회 등에 참가한 농인을 위해 통역 지원을 나가며 농인들을 위한 일에는 언제든 발벗고 나섰다. 오랜 기간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 농인 부모를 둔 자녀)에게 소통자의 역할 등 도움을 제공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끊긴 시기에는 비대면으로 농인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해왔고, 최근에는 농인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들이 수어를 배우고 동아리 활동까지 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렵게 배운 수어를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데 쓰였으면 하는 바람만은 같다. 큰 금액을 후원해주는 단체도 없고 오로지 자발적으로 모인 동아리인 탓에 지속되기 어려울 법도 한데 20년 가까이 농인들과 살갗을 맞대며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을 살펴봐도 이들처럼 농인들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봉사 동아리는 드물다. 회원 이민자씨(47)는 가치관과 표현법이 다른 이들과 오랜기간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된 비결에 대해 “처음엔 농인들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부딪히고 만났다”며 “농인분들도 점차 편견없이 마음을 열어주셨고 농인이든 아니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라며 의외로 평범한 대답을 내놨다. 송상호기자

[함께 토닥토닥] 절망 걷고 희망 더하기 ‘온힘’

“제가 할게요!” 18일 오전 광주시 회덕동의 이소자 시인(79) 집에 모인 20여명이 너도나도 외쳤다. 최근 중부지방을 덮친 집중호우로 이 시인 주택 뒷산의 구거(溝渠·인공수로)가 무너져 내려 수해를 입으면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소매를 걷고 나선 봉사자들의 목소리다. 이 시인은 지난달 ‘월간문학’에 첫 번째 시를 싣고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집이 몽땅 잠기는 아픔을 겪었다. 거실과 방 3칸, 화장실, 창고 2곳까지 곳곳이 60㎝가량 침수됐다. 일부 천장은 무너졌고 전선은 벽지 밖으로 튀어나왔으며 온갖 가구는 곰팡이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집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던 이 시인은 “종아리까지 물이 차서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아랫집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라’면서 사다리를 연결해줘 그걸 타고 나갔다”고 회상했다. 주변 이웃들은 현재까지 열흘간 이 시인의 잠자리와 식사까지 책임져주고 있다. 또 이 소식이 알음알음 퍼져 한 주민은 직접 행정복지센터에 전화해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날 회덕동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광주지역 울타리봉사회·오포봉사회·도척봉사회, 시 자원봉사센터 등의 봉사원 25명이 힘을 합쳤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원들은 온 집 안에 묻은 폭우 피해를 땀방울로 닦아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토사를 쓸고, 바닥 장판을 뜯고, 가재도구 전부를 밖으로 옮기는 등 하루종일 청소에 매진했다. 소파, 테이블, 옷장 등을 집 밖으로 빼내는 내내 봉사자들은 “손 조심하자”, “더워도 조금만 참자”며 서로를 북돋았다. 이 밖에도 시흥·성남·수원·하남·안산 등 여러 수해 지역에서 1천300명 이상의 봉사자가 100여개 셀터를 방문해 세탁 봉사·급식 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1천200개가 넘는 응급구호세트, 취사구호세트 등도 지원됐다. 아울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12일 양평군 강상면에서 농업기반시설 피해현장 복구에 나섰고, 경기농협 함께나눔봉사단도 지난 17일 광주시 퇴촌면 하우스농가에서 수해복구 지원을 하는 등 희망을 전했다. 최근 남한산성 일대와 이소자씨의 자택 등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최문희 경기적십자 광주지구협의회장(67)은 “80여년 만의 유례 없는 폭우로 수도권 곳곳의 피해가 크다. 모든 봉사자가 자발적으로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해 봉사를 진행한다”며 “봉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참여해주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타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함께 토닥토닥]세상 이야기 담아내는 낭독봉사단체 ‘책 읽는 사람들’

‘읽어 주는 기쁨.’ 여섯 개의 점으로 이뤄진 점자를 벗어나 목소리로 시각장애인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이들이 있다. 얼굴, 나이, 사는 곳, 목소리는 다르지만 낭독봉사라는 한마음으로 모인 ‘책 읽는 사람들’이다. 지난 12일 오후 2시 고양시에 있는 자그마한 녹음실에서는 3명의 봉사자들이 각각 부스에 앉아 소리 내 책을 읽고 있었다. 짧은 글부터 시, 수필, 소식지까지 다양하다. 한 번 녹음에만 2~3시간 정도 장시간이 소요되지만 녹음을 마치고 나온 봉사자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봉사자들은 “좁은 부스 안에서 오래 있다 보면 지치기도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행복해할 분들을 생각하며 한 글자라도 힘줘 읽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10년째 녹음실을 제공하고 있는 장영재 소리와사람들 대표의 음악작업까지 가미되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질의 오디오는 어느덧 10년째 전국 각지 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전달되고 있다. 지금이야 전문 성우 버금가는 실력의 이들은 “오랜 연습 기간을 버텼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단순히 글을 읽어 주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아왔지만 1년이란 긴 낭독연습 기간을 거치지 않는다면 녹음실에 들어갈 수 없다. 성우 경력이 있더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중간에 발길을 돌리는 봉사자들도 부지기수였다. 이에 성우 경력이 있는 장 대표는 지난 10년간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음과 발성은 물론 국어교육까지 도맡아 봉사자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있다. 이렇게 고된 수료기간을 거친 봉사자 수는 어느덧 100여명. 연령대도 다양하다. 10대 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저마다 목소리를 통해 세상의 크고 작은 소식들을 들려준다. 이들의 노력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얻어 세상과 단절했던 한 청취자가 책 읽는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어둠에서 나왔다. 복지관으로 나가 다른 이들과 만남을 갖는가 하면 최근에는 책 읽는 사람들에 직접 사연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처럼 목소리로 큰 울림을 전하는 책 읽는 사람들은 오늘도 좁은 녹음실에서 세상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장 대표는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 가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진정한 낭독봉사라고 느낀다”며 “그런 낭독봉사자들과 함께 오늘도 즐겁게 녹음하고 있다”며 웃음 지어보였다. 김현수기자

[함께 토닥토닥] 장정희 빵사랑생활개선 회장 “대이은 봉사의 길, 빵으로 나눠요”

어릴 때부터 남들을 위해서만 일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당시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영향일까. 어느 순간 아버지의 봉사의 길을 그대로 밟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은 아버지가 왜 평생을 봉사하며 사셨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장정희 빵사랑생활개선 회장(52·여)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남양주 퇴계원 토박이로 30대 후반 친구의 권유로 빵을 만들러 갔다. 단지 빵을 먹으러 가기 위해서였지만, 빵을 만드는 게 재미있고, 취미로 만든 빵이 어려운 이웃들에겐 중요한 한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곧바로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장씨는 시간이 흘러 한국생활개선 남양주시연합회 빵사랑생활개선회장을 맡았다. 애초 농촌여성 1인1특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빵사랑개선회는 한동안 빵동아리로만 활동하다 지난 2005년 빵사랑생활개선회로 재탄생했다. 장 회장은 13년 동안 한달에 1~2번씩 회원들과 빵을 만들어 장애인센터에 기부하고, 식사봉사 등도 실시했다. 아이들이 빵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남양주시복지문화재단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도 하고 있다. 장 회장과 회원 등 7명은 최대 6시간 동안 식빵과 단팥빵, 소보루빵 등 200~300개를 만들어 기부 중이다. 그는 회원들보다 일찍 나와 빵을 반죽하고 있다. 반죽이 미리 완료돼야 회원들이 수월하게 일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장씨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겨 수술까지 했지만 봉사 행보는 멈출 수 없었다. 이밖에도 장 회장은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육원을 찾아 청소와 목욕 등 일반적인 봉사도 실천 중이다. 또 아픈 아이들이 병원에 갈 때 차가 없는 사실을 알고 개인 차량을 이용해 병원에 데려다 주고 있다. 장 회장은 “남들에게 보여줄 때 착용하는 게 액세서리인데 봉사는 액세서리가 아니”라며 “남들이 몰라도, 필요가 없어도 하는 게 진정한 봉사다. 그런 봉사의 삶을 살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남양주=유창재·이대현기자

[함께 토닥토닥] 홀몸노인·노숙인 100명에 무료 급식 24년째 맛있는 사랑나눔

“누군가에겐 따뜻한 식사 한끼가 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밥만 나누는 게 아니라 말 한마디라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30일 오후 2시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의 한 건물. 구수한 내음을 따라 도착한 건물 2층에서는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완성된 밥과 반찬들은 일회용 도시락통에 정성스럽게 담겨 식탁 한 켠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도시락 포장을 마친 봉사자들은 100인분의 식사를 들고 건물 1층 출입구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도시락을 전달받는 이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전했고, 전달하는 이들 역시 노숙인들의 손을 꼭 잡으며 따뜻한 위로와 함께 도시락을 건넸다. 24년째 지역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유쾌한공동체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다. 유쾌한공동체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된 취약계층을 위해 다양한 나눔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같은 건물 4층에서는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을 위한 ‘희망사랑방’도 운영하고 있다. 숙식을 제공하면서 취업 지원 교육 등을 통해 사회 적응도 돕는다. 유쾌한공동체의 나눔은 코로나19 기간에도 멈추지 않았다. 감염 확산 우려로 인근 시설들의 무료급식까지 끊기면서 갈 곳 잃은 소외된 이웃들까지 보듬어야 했기 때문이다. 유쾌한공동체의 무료급식은 올해 3월 시설 내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던 단 2주를 제외하곤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이 기간에도 도시락을 구매해 소외계층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 따뜻한 나눔은 계속됐다. 나눔의 고마움을 느낀 노숙인들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포장일을 돕던 50대 노숙인 김씨는 “인생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도움을 받고 나니, 나도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누군가에겐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승영 유쾌한공동체 대표는 “유쾌한공동체가 소외된 지역 이웃들의 마지막 버팀목이라는 생각으로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지역 사회에 소외된 이웃들이 없도록 앞으로도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함께 토닥토닥] 장애·비장애, 희망 Job고… 자립 꿈 키워요

“10명 중 7명 이상이 장애인, 이들도 우리 회사의 대표 일꾼들입니다” 명함의 직함은 대표인데, 직원들을 부르는 호칭은 권위의식을 던진 ‘우리 아기’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등 대표의 사랑을 듬뿍 받은 직원들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홀로 서기를 준비 중이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심 향상에 선봉장 역할을 맡은 양천후 ㈜디와이테크(전자제품 임가공업체·안산시 단원구 소재) 대표(47)와 그 직원들의 이야기다. 해당 업체는 직원 총 30명 중 22명이 발달(20명)·청각·지체(각 1명)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표준사업장 인증 기준인 장애인 고용 30%를 훌쩍 뛰어넘는 대다수의 근로자가 장애인들이다. 애초 양 대표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장애인의 채용에 앞장섰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같은 당시 회사의 내부 분위기라는 벽이 그를 가로막자 지난 2019년 6월 회사를 창업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주변 사업장으로부터 ‘발달장애인들이 많아 불편하다’ 등의 수군거림이 귀에 들리자 표준사업장 인증 팻말을 내부에 걸어놓는 등 남몰래 속병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도 이제는 한때의 추억이 됐다. ‘일한 만큼 돈을 줘서 우리 아기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만들자’는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양 대표의 신념을 더욱 확고히 만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일부 직업재활시설의 경우 사실상 일하는 시간 일부를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변경해 놓은 사례도 있다. 이러한 구조 탓에 장애인들은 온종일 사업장에 머무는 데도 정작 받는 금액은 적은 실정이다. 일할 곳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러한 곳에 다니는 장애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양 대표는 오전 반, 오후 반, 종일 반으로 나눠 이들을 근무시키고 있다. 일에 쉽게 적응하는 직원들은 종일 반으로 편성, 정당한 대가를 주면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해 초 입사한 임원택씨(22)가 대표적인 예다. 임씨는 “전에 있던 곳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데다 일에 점점 재미를 느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가족들과 수시로 통화하는 등 제2의 아버지를 역할을 자처한 양 대표는 이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양 대표는 “최근 어느 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와 같은 기업들이 많이 나와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정민기자

[함께 토닥토닥] 7명에 장기기증... 아름다운 생명나눔 ‘최고의 선물’

“우리 세상을 떠날 때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생명을 구하고 떠납시다” 아내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그리고 10년 전 그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자녀를 모두 키워 놓고 지난 2008년 해남으로 귀농해 작은 정원을 꾸리며 소박하게 산 지 4년째 되던 해였다. 쓰러진 아내는 뇌사 상태에 빠졌고, 그는 아내의 평소 뜻을 받아들여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아내의 각막, 콩팥, 간, 췌장, 폐, 안구는 20대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7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고(故) 신창자씨의 남편 이춘남씨(79)의 이야기다. “우리 부부는 질병도 없었고 운동도 꾸준히 해 정말 건강했었어요. 그래서 아내도 저도 많은 이들을 위해 장기기증을 하자고 다짐했었죠. 어차피 죽어서 흙으로 돌아갈텐데, 새 삶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떠나면 더 뜻깊을 테니까요.” 생명을 구하고, 사랑을 나누는 형태 중 하나로 장기기증이 널리 퍼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씨는 아내가 떠난 지 10년이 된 지금도 장기기증을 택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내가 떠나고 힘들었지만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됐지 않았냐”며 “나 역시 아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삶이 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신장이 망가져 두 번에 걸쳐 장기를 기증받은 정원수씨(60)는 장기기증으로 ‘두 번의 기회’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아팠던 정 씨는 신장이 망가져 1994년 첫 장기기증을 받았다. 3년여간의 투석과 호르몬 주사, 수혈 등을 중단한 채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15년 뒤 폐혈증 위기와 탈수로 또 한 번의 이식이 필요하던 중 4개월의 기다림 끝에 또 다시 적합한 기증자를 만나 2009년 4월16일 두 번째 장기기증을 받았다. “가족도 아닌 남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두 번의 장기기증으로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었어요. 저에겐 기적입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정 씨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장기기증은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더 많은 이들이 장기기증에 동참해 새로운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내 장기기증자는 1천494명(뇌사 기증자)이며 장기기증 수혜를 받은 사람은 4천526명에 이른다. 기증자 한 명으로 약 3~4명의 생명을 살리는 셈이다. 장기기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4만명의 대기자가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정영숙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경기지부 본부장은 “기증은 대가 없는 나눔이고, 나 또한 대가 없이 받을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나눔”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더욱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사진=윤원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