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시 쉼터 문제, 부천시의 고민과 재해석

부천시가 독특한 형태의 택시 쉼터 정책을 준비한다. 외면받는 정책을 실효성 있게 바꿔 도입하는 시도다. 일단 규모를 과감히 키웠다. 연면적 499㎡, 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단순한 쉼터 위주보다 기능을 다양화했다. 택시 경정비센터, 유실물 보관소, 교육장까지 들어선다. 택시 운송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시설이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넣기로 했다. 종전 택시 쉼터와 다른 콘텐츠다. 25억원의 예산을 과감히 투입한다. 택시 쉼터는 2020년 등장한 경기도 특색 사업이다. 택시 기사의 복지를 위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택시 기사들이 외면한다. 택시의 특성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지역 곳곳을 이동해야 하는 택시 기사들인데 택시 쉼터는 이런 동선에 부합하지 못했다.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휴게 장비도 태부족했다. 결국 택시 기사가 가지 않는 택시 기사 쉼터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 보다 못한 택시 기사들이 순번을 정해 들여다보는 지경이다. 정책이 실패했음은 하루 평균 이용객 통계로 확인된다. 의정부 7.4명, 가평 10명, 시흥 11명, 안산 14명 등이다. 도내 전체 택시 기사 이용률이 1% 내외다. 이런 시설이 혈세를 잡아먹고 있음은 물론이다. 2020~2024년 5년간 25억1천만원이 들어갔다. 뜯어내야 한다는 여론까지 팽배했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5년을 끌어왔다. 전임 지사의 특색 사업이라는 부담 등이 작용한 때문이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부천시의 고민과 선택이다. 시가 이번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 쉼터의 이용률 저조 문제점을 보완하고 택시 운수 종사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 복지센터를 조성하겠다.” 옳은 결정이다. 뜯어내야 할 잘못된 행정에 대한 과감한 손보기다. 기존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수준의 정책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택시 기사 복지가 가야 할 통 큰 방향을 시범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부천에서 운행되는 등록 택시는 3천464대다. 많은 기사들이 환영할 것이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21곳의 택시쉼터가 있다. 운행 중인 도내 택시만 3만8천대다. 쉼터 한 곳당 이용자는 하루 평균 27명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 있는 정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무책임이다. 부천시는 달랐다. 취지는 따랐으나 방식은 나름대로의 내용으로 채웠다. 개점휴업 상태 쉼터를 보고만 있는 시•군들이 고민해야 한다.

[사설] 야생동물 피해 속출, ‘주의 안내판’ 정도로 위험 못막아

지난 6일 수원의 광교산 근처에서 사슴이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2건 있었다. 3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사슴뿔에 허벅지 등을 찔려 크게 다쳤다. 갑작스러운 사슴 출몰에 수원시는 비상이 걸렸다. 시민들은 사슴 출현에 처음엔 신기해하다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무섭다’, ‘대책을 마련해달라’ 등의 불안을 호소했다. 지난 9일 밤에는 의왕시의 한 도로에 사슴이 나타나 지나가는 차량과 충돌 위험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사슴을 추격해 포획했다. 지난달 24일 아침에는 광주시 농평동 빌라촌에 멧돼지가 출몰, 경찰이 출근·등교 시간대를 고려해 추격 사살했다. 최근 야생동물과 유기동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람을 공격해 안전을 위협하는가 하면, 농작물을 훼손하기도 한다.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과 농장에서 탈출한 사슴 등으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포획에 투입되고 있다. 피해는 점점 늘어나는데 관련 통계는 부실하다. 경기도,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은 야생동물 및 유기동물의 출현 신고 건수나 피해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서 집계한 ‘연도별 도내 야생동물 구조 건수’가 전부다. 때문에 불쑥 나타나는 야생동물 습격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도내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2022년 1만7천519건에서 2023년 2만2천415건으로 1년 새 5천건 가까이 급증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동물이 얼마나 나타나고, 피해를 주는지 통계는 없지만 야생동물 출현과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소방당국이나 지자체 모두 야생동물 출몰과 피해 집계가 없다 보니 대응이 원활하지 않다.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대책도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지역을 대상으로 ‘주의’ 안내 현수막이나 표지판 설치가 고작이다.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가 없는 도내 11곳의 지자체는 농작물 피해 보상도 못받는다. 야생동물 출현이 잦은 이유는 도시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과 사람의 생활 반경이 겹치고,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에 먹이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주택가 등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마다 어떤 야생동물이 어디에서 얼마나 서식하는지 점검하고 개발 이전 단계에서 서식지 보전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자체에서 피해 규모와 피해 빈도 수 등 전반적인 정보를 파악해야 이를 기반으로 야생동물 피해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통계 및 피해예방 대책으로는 인명·재산 피해가 계속 발생하게 된다. 서식지 보호 대책, 전담기구 및 관리시설 확대, 관련 조례 제정 등 야생동물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

[사설] 성남FC 사건 재판부의 검사 퇴정 명령, 그 의미는

성남FC 의혹 사건에서 의외의 상황이 생겼다. 재판부가 규칙 위반을 이유로 담당 검사를 퇴정시켰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허용구 부장판사)의 11일 결정이다. 검사가 검찰근무규칙 제4조(직무대리)를 남용했다는 이유다. ‘관한 검찰청의 검사 상호 간 직무를 대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관행이라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사가 반박하며 휴정을 요청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검사들이 모두 퇴정했다. 피고인은 두산건설·네이버 임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 7명이다.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해 2022년 9월 기소했다. 기소 이후 담당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로 발령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공판 때마다 재판에 참여해 왔다. 공판기일마다 성남지청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받는 자격이다. 대형 사건의 경우 공소 유지를 위해 검찰이 관행처럼 사용하는 형식이다. 2023년 9월부터 계속 이랬는데 재판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검찰은 역으로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을 주장했다.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반발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반발의 직접적 이유는 소송 차질이다. 재판 도중 공판 검사 교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직결된다. 그만큼 사건이 민감하고 진술 구성도 복잡하다. 당장 다음 공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도 불확실하다. 다음 기일은 예정대로 25일로 잡혔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재판부다. 중요 사건에서 관행으로 행해졌음도 알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제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11일 공판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번 주는 이 대표 관련 사건의 선고가 시작된다. 선거법 위반 1심이 내려질 15일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이런 때 사건 본안(本案) 외 문제를 꺼낸 셈이다. 재판부는 단순한 ‘불법 지적’이라는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여론의 해석은 분분하다. 하나는 성남FC 사건에 대한 재판부 시각이라는 해석이다.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 제기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주장한다. 결국 ‘무죄 등 피고에 유리한 판결’로의 희망으로 연결된다. 말할 것 없이 이 대표 측 여론이 보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재판 진행의 한 절차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결과를 암시한 진행을 할 리 없다고 본다. 이 해석은 대체로 이 대표에 대해 적대적 관계에 놓인 정치권 또는 여론의 주장이다. 정치나 여론이 재판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 뜻은 예단 없이 지켜봐야 한다. ‘잘못된 관행 지적’까지가 공개된 전부다. 검찰은 어떤가. 공소 진행 방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말했다.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재판부 불신의 일단을 내비쳤다. 성남FC 재판 관전평은 여기까지다. 이를 넘어서는 해석은 각자 여론의 영역이다.

[사설] 주차전쟁·주차지옥, 정부∙지자체 대책 시급하다

경기도내 주차난이 심각하다. 도심의 주택가와 번화가에선 주차 문제로 다툼이 종종 일어나는가 하면 칼부림 사건 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극심한 주차난에 불편이 가중되면서 주차 민원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에 ‘주차’라는 키워드로 들어온 민원 건수는 2021년 1천270건에서 2022년 3천326건, 지난해 4천783건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도 9월 말 집계 4천650건이나 된다. ‘주차’라는 키워드로 추산된 결과여서 주차난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주차 관련 관심과 불만이 계속 증가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집계된 도내 운행차량은 총 652만5천98대에 이른다. 1천400만 경기도민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매년 40만여대의 차량이 신규 등록되고 있다. 주차장은 늘지 않는데 차량만 늘어나니 주차난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도심에선 주차할 곳이 없으니 주정차금지구역에도 불법주차가 수두룩하다. 거주자우선주차장과 공용주차장이 포화상태여서 과태료를 내게 돼도 어쩔 수 없어서다. 주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지자체들이 주차장은 늘리지 않고 과태료 부과에만 열심이기 때문이다. 도심지역 주차공간 확보는 오랜 과제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부터 주차난이 심각한 시·군에 도비를 지원, 공영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주차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부진하다.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계획된 주차환경 개선사업 159건 중 9월 기준 61건이 준공되지 않았다. 총 1만5천여면 중 약 50%인 7천500여면에 달한다. 부지 확보와 토지 보상 등의 문제가 있다. 2020년에 계획된 성남 숲속커뮤니티 복합센터 주거지 공영주차장은 공정이 5%다. 같은 해 계획된 고양 탄현체육센터 주거지주차장은 실시설계가 진행 중으로 착공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2022년 구리 검배근린공원 공영주차장 조성 계획은 지적경계 침범 관련 이의 제기로 공사가 일시 중지됐다. 주자창 부족과 불법주차로 주민 간 다툼, 긴급차량 진로 방해,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야기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차량 폭증에 따른 주차공간 확보를 어떻게 할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주변의 학교, 공공기관, 종교시설 등의 활용, 주차장 빈자리 표시 앱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설] 삼성·현대 다 있는 화성시, 과학특별시를 목표하다

화성시 남양읍에 현대차 연구소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연구소다. 우정읍에는 기아 전기차 전용 공장이 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9년 만에 짓는 국내 공장이다. 정부가 화성시에 자동차 클러스터를 약속했다. 반월동에는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가 있다. 4만1천명이 메모리, 파운드리 산업을 책임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우리 산업의 양대 축이다. 이 두 산업의 연구 또는 생산이 화성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 이런 지자체는 없다. 혁신 산업 융합에 대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내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200~300개다. 이 융합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레벨 3 이상 자율주행차는 2천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수많은 반도체와 자동차 제조사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현재 등록된 화성지역 기업만 2만7천607개다. 화성시의 부(富)는 이미 경쟁 지자체가 없다. 지역내총생산 전국 1위, 재정자립도 전국 1위다. 2025년 1월이면 특례시가 된다. 그 목표를 내놨다. ‘과학기술인재특별시로 가겠다.’ 정명근 화성시장이 8일 발표한 미래 비전이다. 첨단 과학기술의 핵심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4대 과학기술원 융합거점 구축, 과학고·마이스터고 설립, AI미래도시 교육 확대를 3대 정책으로 내놨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와 K-미래차밸리 조성 계획도 있다. 앞서의 여건을 기본으로 그려낸 청사진이다. 화성시가 해야 할 한국 산업의 책임이기도 하다. 적절하다. 100만 특례시가 세울 법한 웅대한 목표다. 물론 쉽게 이뤄질 건 아니다. 과학특별시라는 걸 우리는 본 적 없다. 단순한 기업 집중과는 다른 개념이다. 수치상 생산성과도 구분되는 개념이다. 100만 인구만으로는 더 설명이 안 된다. 고급 두뇌 인재들로 채워진 도시를 말한다. 비슷한 모습이 판교에 있다. 기술 집약형 기업들이 총망라돼 있다. 간단한 생활과학에서 첨단 우주 과학까지 광범위하다. 대한민국 최고 두뇌들로 거리가 넘쳐난다. 생산은 물론 소비의 주체도 대부분 이들이다. 이런 도시의 완성된 모습을 만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급 두뇌에 대한 접근성이 필요하다. 교통, 교육, 주거, 여가 등이 모두 필요 조건이다. 지금은 기업 출퇴근 교통정체가 만성이다. 넓혀 줘야 한다. 지금은 학교, 학원이 부족해 전입을 꺼린다. 맞춰 줘야 한다. 지금은 수준 이하 도심 환경이 불만이다. 개선해 줘야 한다. 도로 행정, 교육 행정, 도시 행정의 영역이다. 전부 화성시 행정이 풀어 가야 한다. 당장 시작해야 할 일들도 곳곳에 있다. 화성특례시의 과학특별시 꿈을 응원한다. 옳고, 적절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다. 이에 따른 세세한 밑그림이 나오면 더 좋겠다.

[사설] 사당버스라운지·택시기사쉼터... 혈세 새는 곳 많다

조만간 경기도내 버스 요금이 또 인상될 전망이다. 버스 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 검증 용역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 관계자가 버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재정 지원의 한계로 지난해 버스업계가 요금 조정을 공식 건의했다.” 버스는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 도민 혈세가 투입된다. 이 지원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요금 인상이 압박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쯤에서 따질 게 있다. 예산의 효율성이다. 돈은 적정하게 쓰이고 있을까. 지난 7월 경기도가 버스 관련 시설 하나의 폐지를 결정했다. 2020년부터 운영해온 사당 경기버스라운지다. 서울을 오가는 도민의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사당역은 32개 노선의 경기버스가 운행된다. 하루 이용자만 3만명에 이른다. 설치 당시 9억4천만원이 들었다. 임대로 운영되는 탓에 운영비만 연간 4억원 가깝다. 실제 이용자가 하루 평균 117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서울지역 시민이 다수다. 탁상행정이 초래한 예산 낭비다. 진작에 없앴어야 할 대표 시설이었다. 이런 유의 잘못된 교통 지원 행정은 또 있다. 본보가 확인해 본 택시기사쉼터다. 택시 기사들에게 양질의 휴식을 제공하자는 공간이다. 안마의자, 러닝머신, 응접세트 등을 갖추고 있다. 이것도 민선 7기 경기도가 시작한 제도다. 2020~2024년 25억1천200만원이 들어갔다. 이 좋고 비싼 시설을 찾는 기사가 없다. 도내 3만8천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다. 21개 쉼터에 이용자는 하루 572.4명이다. 의정부시의 경우 하루 7.4명이 이용한다. 택시는 1천414대다. 가평군은 10명이 이용한다. 택시는 156대다. 시흥시 11명(택시 1천365대), 안산시 14명(택시 2천611대)이다. 1% 전후의 기사들만 사용하고 있다. 이걸 택시 기사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나. 애초부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시설이었다. 쉼 없이 도처를 오가는 게 택시다. 쉼터가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갈 기사는 없다. 시설물 관리조차 안 된다. 개선하거나 없애야 한다. 얼마 전 경기도는 39조원 가까운 새해 예산안을 발표했다. 3년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어려울수록 재정 역할은 크다’는게 김동연 지사의 지론이다. 일리 있는 논리다. 이 방향에 동의한다. 문제는 돈 줄 말라 버린 도 금고 사정이다. 지역개발기금,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끌어 쓰고 있다. 5천억원의 지방채까지 발행할 계획이다. 당연히 병행돼야 할 게 불요불급한 예산 절감 노력 아니겠나. 이게 제대로 되는지도 살필 대목이다. 불요불급 예산의 상당수는 정치(政治)가 시작했다. 사당 경기버스라운지 담당자가 술회했다. ‘폐쇄 필요성은 다 알았다. 다만 전직 도지사의 치적이라 손대기 어려웠다.’ 혹시 택시기사쉼터도 이런 것 아닐까. 이렇게 뭉개지는 예산이 더 많은 건 아닐까. 예산안 심사의 계절이다. 도의회가 할 일이 많다.

[사설] 배달앱 수수료 9.8%, 인하해 자영업자와 상생을

자영업자들이 배달플랫폼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장사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배달플랫폼에 지불하는 높은 중개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치킨집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배달앱 중개수수료 9.8%가 너무 높아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가동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그동안 11차례의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지난 7일 개최된 상생협의체는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렬됨으로써 자영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중재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상생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득했지만, 이에 부합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8일 회의 결과를 브리핑했다. 동시에 오는 11일까지 2개 업체에 대해 중재원칙에 가까운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상생협의체는 지난 4개월 동안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회의를 했다. 배달앱 측에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가 참석했는데 점유율 1·2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가 사실상 논의의 중심에 있다. 또 입점업체 측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가 참석했다. 이에 이정희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4명이 중재를 했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율은 모두 9.8%인데, 공익위원들은 이를 “입점업체별 연매출에 따라 2~5%로 차등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율을 2.0~7.8%로 내리는 한편 배달비용을 0~500원 올리겠다”고 밝혔으며 “쿠팡이츠가 동일한 수준의 상생 방안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이러한 상생 방안을 이행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율을 2~9.5%로 내리고 배달비용을 1900~2900원에서 2900원으로 단일화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공익위원들은 2개 배달업체가 제시한 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 결렬된 것이다. 배달업체들은 그동안 상당한 이익을 내면서 성장했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7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으므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배달업체들은 중개수수료를 과감하게 인하해 자영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출·합의를 해야 한다. 정부도 상생협의체의 합의만 기다리지 말고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사설] 김동연과 초일회, 지금은 접점 없다

이재명 대표가 기소된 사건은 7개다. 4개 재판부가 심리를 진행 중이다. 첫 번째 선고가 15일 나온다. 선거법 위반 1심 선고다.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면 치명적이다. 국회의원직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어 25일에는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도 있다. 법조계 전망은 무죄부터 실형까지 다양하다. 이 재판이 정치를 강타할 경우의 수가 있다. 모두가 생각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화두, 바로 ‘이재명 대안’이다. 유시민, 김두관의 이름도 나온다. 야당의 한 관계자가 얘기하는 시나리오다. ‘이 대표가 본인이 출마하지 못하게 될 경우 유시민이나 김두관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흔한 추론도, 검증된 분석도 아니다. 사실 지금 수면 위에 뜬 이름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김 지사 스스로 연출한 장면들이 많다. 고비마다 문 전 대통령과 회동했다. 문 전 대통령 내외가 경기도를 답방했다. 전해철 전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이 경기도에 들어왔다. 여기에 정황이 추가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독일에서의 회동이다. 외자 유치를 위한 유럽 방문 길이었다. 비공개로 만났다. 경기도는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그렇게 믿지 않는다. 김 전 지사는 친문 핵심이다. 친문과의 연합에 정점이 될 중량감이 있다. 더구나 시점이 이재명 사법리스크 직전이다. 이런저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김 지사가 겹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야권 정치 모임이 있다. 초일회다. 야권 내 대표적인 비명계 모임이다. 22대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한 전직 의원들이다. 이재명 체제와 함께 섞이기 어려운 면면이다. 대부분 친문이고 수도권 출신이 많다. 친문과 경기도라는 점에서 김 지사의 정치 행보와 겹친다. 자연스레 나오는 김 지사와의 연대설이다. 현재 상태에서는 어떤 접점도 없는 듯 하다. ‘대안의 하나일 뿐’이라는 평이 초일회에서 나온다. 여기에 김 지사를 보는 회원 간의 의견 차이도 크다고 알려진다. 초일회가 현 상태에서 밝히는 입장은 관망과 관찰이다. 누구를 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다음 주가 이 대표 선고다. 급격한 정치 변화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 민주당에서 비명이 설 자리는 없다. 15일, 25일 재판 결과로도 쉽게 바뀔 당도 아니다. 결국 김 지사의 대권 전략은 밖으로부터의 진입이다. 초일회는 야권에서 유일하게 비명을 천명한 모임이다. 김 지사와 초일회의 관계를 힐끗힐끗 봐 둬야 할 이유다.

[사설] ‘의장 불신임안’ 경기도의회 파행, 정쟁 말고 민생 챙겨야

경기도의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등원 거부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진경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까지 제출했다. 여야 같은 수인 양당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민생은 외면당하고 있다. 도의회 국민의힘이 6일 ‘불신임의 건’을 발의한 것은, 김 의장이 도의회 의장으로서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사일정 파행이나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무산 등에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정호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도의회 후반기 운영은 파행과 함께했으며, 경기도와의 소통 부재로 인해 의회 본연의 기능인 견제·감시 역할이 철저히 무시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장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 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 불신임 의결은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다. 현재 도의회 재적 의원은 154명이다. 민주당 76명, 국민의힘 76명, 개혁신당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78표가 필요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의원 수가 동일한 상황에서 앞으로 불신임안 처리를 둘러싼 양당의 총력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혼돈과 갈등 양상이 고조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례회 등원 거부와 함께 의장 불신임안을 발의한 국민의힘은 경기도의 정무라인 인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과 경기도의료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미개최도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의 중요 정책을 이끌어갈 인물들이 도민의 신뢰를 담보할 자격이 있는지 검증하는 청문 절차가 무산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냉담하다. 국민의힘의 등원 거부와 의장 불신임안 제출을 ‘파행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규정하고, 도민의 민생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동연 지사의 인사권이 법적으로 보장된 영역이라며, 이를 문제 삼아 정쟁을 일삼는 국민의힘의 행태를 질타했다. 김동연 지사가 6일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실을 찾아 대화를 나눴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양당의 극한 대립으로 도민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지겨운 정쟁이 도의회에서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으니 답답하다. 도의회 여야는 부끄러움과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도의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행정사무 감사와 조례안 처리,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도의회는 정쟁에서 벗어나 도민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집중해야 한다.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사설] 그린벨트 풀어 수도권에 5만가구, 속도가 관건이다

정부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689만㎡를 해제해 5만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5일 발표했다. 신규 택지 후보지는 경기도의 고양 대곡(9천4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천가구), 의정부 용현(7천가구)과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2만가구) 등 네 곳이다. 국토부는 이들 후보지에 대해 “환경적 보전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과 공장·창고 등이 난립해 난개발됐거나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계획적·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고 했다. 신규 택지는 내년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에도 수도권에 3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부터 5년 뒤 분양하고 7년 뒤엔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데, 토지 보상 등 절차를 얼마나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린벨트는 공장·주택 등 지장물이 적어 보상을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해당 지역 주민과의 협의, 토지 보상 등을 거쳐야 해 후보지 발표 후 주택 공급까지 길면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 수용과 보상에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 3기 신도시 중 하남교산은 2018년 12월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됐으나 토지 보상 과정에서 토지주들이 반발하면서 6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다. 남양주왕숙, 고양창릉, 부천대장 등 다른 3기 신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 지구는 올해 안에 주택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최초 입주 시점이 2025년 상반기였는데 17만4천여가구 중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는 물량은 전체의 6% 수준이다. 문화재와 보호종 발견도 주택 공급 속도를 좌우한다. 하남교산, 과천지구 등 3기 신도시 여러 곳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 서식 등이 확인돼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느라 공사가 지연됐다. 이해관계자와의 조율도 중요하다. 서울 태릉 골프장 용지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4 대책의 주택 공급 후보지 중 가장 주목받았으나, 노원구 주민들의 반발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태릉 인근 교통 체증이 심각한 상황에서 1만가구가 더 들어서면 일대 교통이 마비될 것으로 우려해 반대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경기도 신규 택지는 서울 주변 10㎞ 이내 지역이어서 도심 접근성이 좋아 공급 효과가 클 수 있다. 관건은 계획한 대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선호하는 입지에 공급 대책을 내놓아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사업의 전 과정을 꼼꼼히 챙겨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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