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은 지휘자 없이 선율을 통해 이뤄지는 음악의 대화입니다. 국내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레퍼토리 발굴과 클래식의 정통, 고전에서 벗어나는 재밌는 실험을 많이 준비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와 연주자들이 펼칠 앙상블과 예술의 대화에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 연세대, 인디애나(미국)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음악대학의 교수 및 세계적인 명성의 연주자 40명이 13일부터 열리는 ‘2025 평택 실내악 축제(PCMF)’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클래식의 ‘고수’이자 ‘교수’들은 ‘정통’ 대신 ‘모험’을 택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는 물론 마림바, 오르간 등 실내악의 틀을 깨는 악기를 편성하고 베토벤과 모차르트 등 고전 음악가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머스토넨 등 지금 우리와 현시대를 살아가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심엔 축제를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김현미 예술감독 겸 한예종 교수가 있다.
“클래식은 오랜 시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 특별한 예술입니다. 고전 프로그램에 안주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곡을 찾아 늘 헤맸고, 보석 같이 숨겨진 곡들은 저에게도 관객에게도 또 다른 지평을 열어줄 것입니다.”
김현미 예술감독은 뛰어난 연주가이자 교육자로 한국 클래식계를 이끌어가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대통령상, 대원음악상 수상 등 국내 대표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워싱턴 국제 콩쿨, 메네스 콘체르토 오디션, 동아 콩쿠르 등 수상 및 1998년 평양의 윤이상 음악제 등 국내외 유수 음악제에서 각종 초청 공연 및 순회 연주를 펼쳤다. 1991년엔 현악4중주단 Quartet 21을 창단하고 현재는 한예종 음악원 교수 겸 문화예술교육센터장, 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음악감독이자 젊은 음악가를 위한 실내악 단체 ‘Ad Musica’를 결성하며 후임 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가 ‘2025 평택 실내악 축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평택이라는 도시가 갖는 특별함 때문이다.
“평택은 자라나는 ‘젊은 청년’과 같은 도시예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 산업을 이끌어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 등 여러 세대의 다양한 문화가 섞여 독특한 색을 뿜어냅니다. 이러한 도시에서 예술을 통해 새로움을 선보인다면 지역에도, 예술계에도 ‘윈윈’이지 않을까요.”
13일부터 4회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음악회는 한 마디로 클래식 공연의 ‘축제화’이자 틀을 깨고 장벽을 허무는 실험이다. 그의 시도는 프로그램 구성에서 엿보인다.
‘열정의 서곡’을 주제로 한 첫날(13일)엔 라벨, 드보르작의 유럽 낭만주의와 인상주의를 아우르며, ‘풍요의 여정’을 주제로 한 둘째 날(14일)엔 피아졸라의 탱고와 파야의 스페인 민속 음악 등 리듬과 색채가 풍부한 남미·지중해의 풍요로움이 감성을 더한다. ‘선율의 마법’이 주제인 셋째 날(20일)엔 고집스런 이미지로 각인된 베토벤이 ‘의무적으로 안경을 써야 하는 두 사람을 위한 2중주’란 유머러스한 부제를 갖고 자기 친구를 위해 작곡한 곡 등이 펼쳐지고, 마지막 ‘축제의 메아리’(21일)엔 아방가르드 음악을 적극 수용하고 재즈를 예술 음악에 대입한 1세대 유럽의 작곡가 슐호프부터 스벤센의 8중주 등 대규모 앙상블로 재치 있는 무대가 대미를 장식한다.
4일간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김 감독은 몇 달을 고심했다. 특히 국내 초연의 머스토넨 곡은 의미가 남다르다. 김 감독과의 깊이 있는 교감을 바탕으로 그의 곡이 펼쳐지는 둘째 날 현장엔 머스토넨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가 현재 조율 중이다.
이번 축제의 또 다른 특별함은 바로 ‘관객과의 지속적인 교감’이다. 김현미 감독에 이경선(인디애나 음대 종신교수), 김다미(서울대), 김상진(연세대), 이한나(텐진 줄리어드), 주연선 (중앙대) 등 교수 및 첼로 이강호(한국예술음악학교 음악원장), 피아노 오윤주(성신여대 음대 학장), 더블베이스 박상현(과천시립교향악단 수석) 등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40명의 연주가는 클래식을 대중에게 더 쉽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김 감독은 각각 프로그램의 깊이 있는 내용과 연주 설명 등을 평택문화재단 채널 등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들었다. 관객과 지속적으로 교감하며 클래식을 대중 앞에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연주자가 있어도 관객이 호응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실내악이, 클래식이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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