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느는 도내 실종 아동… 장기 실종자만 191명 [사라진 아이들, 멈춘 시간]

25일 ‘실종아동의 날’ 19년째지만 1년 이상 ‘장기 실종’ 191명 달해
警 “정보 오래돼 단서 찾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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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9년 5월18일, 생후 7개월인 딸 한소희 양의 실종 이후 현재까지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엄마 이자우씨가 21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소희의 배냇저고리, 인형, 사진 등을 어루만지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김시범기자

 

아이가 집에서 사라진 가족들의 시간은 그날에 머물러 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수십년. 가족들은 언젠가 아이가 돌아올 날을 꿈꾸며 작은 단서라도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실종되는 아동 수는 늘어나는 상황. 경기일보는 제19회 실종 아동의 날을 맞아 아동 실종 문제를 짚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하루도 아이를 잊은 적이 없어요. 너를 버린 게 아니라고, 여전히 너를 찾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21일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의 한 주택. 이곳에서 만난 이자우씨(65·여)에게 5월은 어린이날을 맞아 행복한 달이 아닌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달이 됐다.

 

1989년 5월18일. 이씨에게 그날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비극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남창동에서 당시 7개월인 딸 한소희양이 자택에 침입한 30대 여성 A씨에게 납치됐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 이씨 집을 찾아와 ‘누군가를 찾고 있는데 너무 많이 걸어 목이 마르니 물을 줄 수 있냐’고 물으며 접근했다.

 

이씨가 A씨에게 물을 주고 저녁 준비를 위해 잠시 틈을 보인 그 짧은 시간, A씨는 보행기를 타고 있던 아기와 함께 사라졌다.

 

이씨는 “내가 그날 왜 그 여자를 내치지 못했을까. 왜 바로 쫓지 않았을까 매일 그날이 너무 후회스럽다”며 한탄했다.

 

그로부터 36년 후. 이씨는 딸이 사라진 5월18일 아이를 찾아 안고 우는 꿈을 꿨다. 그는 “지금도 딸이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입양됐다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할까 봐 그게 걱정된다”며 “나는 너를 아직 잊지 않았고 지금도 찾고 있다고 꼭 말해 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전 국민에게 아동 실종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고자 제정된 실종 아동의 날이 오는 25일 제정 19년째를 맞지만 경기지역에서만 매년 수천명의 아동이 사라지고 있으며 1년 이상 찾지 못한 ‘장기실종’ 아동만 200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북부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아동 실종 신고 건수는 2020년 5천843건에서 계속 증가, 2023년 7천51건을 거쳐 지난해 7천93건까지 올라갔다.

 

특히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서가 수색에 나선 지 1년이 경과, 유의미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고 경찰청에 사건을 이관한 ‘장기 실종 아동’ 숫자는 191명으로 집계됐다.

 

장기 실종 아동 수색은 제보를 중심으로 ▲유전자 대조 ▲보육원 탐문 ▲병·의원 진료 기록 조회 ▲항공기 등 교통수단 탑승 기록 조회 등을 병행한다.

 

하지만 실종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탓에 유의미한 단서를 찾기 어렵고 경찰청 내 한정된 인력이 다수의 장기 실종 아동 사건을 담당하며 집중력이 분산되는 등 한계가 있다는 게 경찰 내부의 분위기다.

 

실제 도내 장기 실종 아동 중 54%에 해당하는 105명은 실종 10년이 경과한 상태다.

 

도내 한 경찰 관계자는 “제보가 접수되면 확인 및 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오래된 정보가 대부분이어서 유의미한 단서를 쫓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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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1580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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