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cm 폭설인데’…제설대책 무방비한 경기지역 ‘경사 도로’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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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폭설이 내린 27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한 제설함이 비어있어 제설이 안된 골목길을 시민이 조심스레 걷고 있다. 윤원규기자

 

“경사가 높은 곳은 제설차량도 오지 못하는데, 제설함까지 텅텅 비어져 있으면 어떻게 다닙니까?”

 

27일 오전 7시께 경기 광주시 신현동의 태재고개. 밤새 내린 폭설로 이미 수북히 쌓인 눈 위로 여전히 쉴 새 없이 눈이 쏟아져 내리며 이미 10cm 적설량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빙판길을 방불케 하는 이 곳을 지나치는 시민들은 시민들은 혹여 넘어질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는 모습이었다. 경사가 심한 탓에 차량이 아닌 도보를 택한 것.

 

과감히 운전대를 잡은 시민들도 ‘차라리 걷는 게 빠르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지루한 거북이 운행을 이어갔다.

광주시 태재로와 성남시 서현로를 잇는 태재고개를 지나는 동안 제설함은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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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첫 눈이 내린 27일 오전 경기지역 곳곳에 10cm가 넘는 눈이 내려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윤원규기자

 

같은 날 오전 8시30분께 수원특례시 팔달구도 마찬가지. 주택가 급경사 도로엔 눈이 치워지지 않은 채 가득 쌓여 있었다. 한 차량이 경사를 내려오려다 쌓인 눈에 멈칫하고 길을 돌아갔으며 사람들은 집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골목 한쪽엔 제설함이 설치돼 있었지만 안은 텅텅 비어져 있었다. 이곳 주민 주찬수씨(46)는 “가뜩이나 경사도 높은데 많은 눈까지 내려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게 뻔하다”라며 “여긴 제설차량이 올 수도 없는데 제설함까지 텅텅 비어 있어 눈을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후 용인시 처인구 500여m에 달하는 오르막 구간에도 식별이 어려울 만큼 많은 눈이 쌓여있었지만 제설함은 전무했다.

 

경기도 전 지역에 폭설이 덮친 가운데 도내 가파른 경사 도로가 안전 사고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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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27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 인근 도로에서 출근길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수원, 성남 등 16개 지역엔 대설경보가, 김포, 동두천 등 15개 시·군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파른 경사는 제설이 잘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경사 도로는 제설차가 투입될 수 없어 빠른 제설이 불가한데, 제설함이 비워져 있거나 없는 곳도 허다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제설차량으로 제설 작업을 한 뒤 각 지자체에서 제설함을 채우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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