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가 높은 곳은 제설차량도 오지 못하는데, 제설함까지 텅텅 비어져 있으면 어떻게 다닙니까?”
27일 오전 7시께 경기 광주시 신현동의 태재고개. 밤새 내린 폭설로 이미 수북히 쌓인 눈 위로 여전히 쉴 새 없이 눈이 쏟아져 내리며 이미 10cm 적설량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빙판길을 방불케 하는 이 곳을 지나치는 시민들은 시민들은 혹여 넘어질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는 모습이었다. 경사가 심한 탓에 차량이 아닌 도보를 택한 것.
과감히 운전대를 잡은 시민들도 ‘차라리 걷는 게 빠르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지루한 거북이 운행을 이어갔다.
광주시 태재로와 성남시 서현로를 잇는 태재고개를 지나는 동안 제설함은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오전 8시30분께 수원특례시 팔달구도 마찬가지. 주택가 급경사 도로엔 눈이 치워지지 않은 채 가득 쌓여 있었다. 한 차량이 경사를 내려오려다 쌓인 눈에 멈칫하고 길을 돌아갔으며 사람들은 집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골목 한쪽엔 제설함이 설치돼 있었지만 안은 텅텅 비어져 있었다. 이곳 주민 주찬수씨(46)는 “가뜩이나 경사도 높은데 많은 눈까지 내려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게 뻔하다”라며 “여긴 제설차량이 올 수도 없는데 제설함까지 텅텅 비어 있어 눈을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후 용인시 처인구 500여m에 달하는 오르막 구간에도 식별이 어려울 만큼 많은 눈이 쌓여있었지만 제설함은 전무했다.
경기도 전 지역에 폭설이 덮친 가운데 도내 가파른 경사 도로가 안전 사고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수원, 성남 등 16개 지역엔 대설경보가, 김포, 동두천 등 15개 시·군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파른 경사는 제설이 잘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경사 도로는 제설차가 투입될 수 없어 빠른 제설이 불가한데, 제설함이 비워져 있거나 없는 곳도 허다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제설차량으로 제설 작업을 한 뒤 각 지자체에서 제설함을 채우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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