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없는 곳 수두룩… 무인점포 화재 안전 ‘사각’ [현장, 그곳&]

고데기 등 전열기구 많은 사진관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 336곳 영업
현행법상 소방시설 의무 설치 제외
소방본부 “적극 설치 홍보·권고하고 상위 기관과 제도 개선 검토할 것”

20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 무인 사진관에 뜨겁게 달궈진 고데기가 탁자 위에 놓여 있다. 황남건기자
20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 무인 사진관에 뜨겁게 달궈진 고데기가 탁자 위에 놓여 있다. 황남건기자

 

“달궈진 고데기 좀 보세요. 사람도 없는데 불이라도 나면 어쩌죠.”

 

20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삼산동 한 무인 사진관. 손님 1명 없는 사진관 안 탁자 위에 꺼지지 않은 고데기가 놓여 있었다. 고데기는 켜진 지 오랜 듯 뜨겁게 달궈져 있었고, 고데기 판도 열에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소화기는 화분 뒤에 놓여 있어 찾기 어려웠다.

 

이곳에서 만난 이지호씨(24)는 “사람들이 고데기를 쓰고 난 뒤에 다른 사람도 이어서 쓸 것이라고 생각해 잘 끄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없을 때 불 나면 더 위험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같은날 오후 3시께 계양구 계산동 무인 사진관 상황은 더욱 위태로웠다. 달궈진 고데기 바로 옆에 면 소재 모자와 솜이 달린 머리띠, 가발 등이 어질러져 있었다. 가연성 물질이 즐비했지만 스프링클러나 불이 나면 자동으로 소화약제를 뿌리는 자동확산소화기 등 그 어떤 소방설비도 없었다.

 

또 이날 찾은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나 무인 세탁소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전기와 온열기구를 사용하지만 관리자는 물론, 소방설비 마저 없어 화재에 무방비한 상태였다.

 

한 무인점포 사장은 “소규모 점포는 소화기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기에 굳이 하지 않았다”며 “폐쇄회로(CC)TV로 계속 보고 있어 불이 나면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인천 남동구 한 무인 사진관은 화재에 취약한 소재의 소품들이 가득하지만, 소화기 등 소방설비는 없다. 황남건기자
20일 오후 인천 남동구 한 무인 사진관은 화재에 취약한 소재의 소품들이 가득하지만, 소화기 등 소방설비는 없다. 황남건기자

 

인천 소규모 무인점포들이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날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인천지역 무인 사진관,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 다중이용업소에 포함되지 않는 무인점포는 366곳이다.

 

다중이용업소는 안전 관리를 위해 소화기나 자동확산소화기, 간이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무인 세탁소나 사진관 등은 다중이용업소법상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지 않아 설치 의무가 없다.

 

게다가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연면적 33㎡(10평) 미만인 점포는 소화기 설치 의무도 없다. 이 때문에 소규모 무인점포는 화재에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앞서 지난 2022년 11월 남동구 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불이 나 재산피해가 생기기도 했다.

 

김재동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국민의힘·미추홀1)은 “무인 사진관 등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무인점포를 다중이용업소로 지정하지 않다 보니 소화설비가 부족해도 별다른 조치를 하기 어렵다”며 “소방본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알려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고 화재 위험이 있는 무인점포 업주들이 최소한의 소방 시설이라도 갖추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방본부 관계자는 “내년엔 무인점포 업주들이 소화기는 물론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권고하겠다”며 “제도 개선은 상위 기관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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