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발암물질 놀이터… 관리 기준·체계 ‘허점’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속슬렛·초음파 검사 방식 관계 없이... 대다수 바닥재 PAHs 기준치 초과
전국 국공립 초교·특수학교·유치원... 놀이터 약 30% 탄성포장재 바닥재
아이들 건강·안전 위해 ‘개선 시급’

22일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어린이 놀이터 탄성포장재 PAHs 표본점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도내 유치원·초등학교 놀이터 43개소 중 34개소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PAHs가 검출됐다. 경기일보DB
22일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어린이 놀이터 탄성포장재 PAHs 표본점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도내 유치원·초등학교 놀이터 43개소 중 34개소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PAHs가 검출됐다. 경기일보DB

 

22일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어린이 놀이터 탄성포장재 PAHs 표본점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도내 유치원·초등학교 놀이터 43개소 중 34개소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PAHs가 검출됐다.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는 암이나 호흡기질환 등을 일으키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PAHs를 구성하고 있는 18개 화합물 중 일부 물질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민감한 생리적 발달 단계에 있는 어린이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PAHs를 구성하는 요소 중 플루오란텐은 석탄 연소나 도로 교통, 산업 활동 등에서 발생하는 탄화수소다. 피부와 접촉할 경우 피부 자극을 일으키고 높은 농도로 흡입하면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간 손상과 유전자 독성 등 문제를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다. 이와 함께 간 손상을 초래하는 독성을 가진 피렌, 폐암과 피부암, 방광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명시한 1급 발암물질 ▲벤조(a)피렌 ▲인데노(1,2,3-C,D)피렌,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크리센 ▲벤조(b,j,k)플루오란텐 ▲페난트렌 ▲벤조(e)피렌 ▲벤조(g,h,i)페릴렌 등 여러 유해 물질이 PAHs에 포함된다.

 

유치원·초등학교 놀이터 바닥재에서 호흡과 피부 접촉만으로도 유해한 물질이 다수 검출된 가운데, 놀이터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은 연령이 낮아 직접 피부를 비비거나 손으로 쥐고, 입에 가져가기 쉽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image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 제공

 

■ 검사 방법 관계없이 PAHs 기준 초과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9월 도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어린이 놀이터 탄성포장재 바닥재에 대한 유해성 검사를 실시했다. 도교육청은 겉으로 표면이 드러나 있는 곳을 상층부로, 그 아랫부분을 하층부로 구분해 각각 PAHs 18종을 검사했다.

 

도교육청이 이번에 사용한 검사 방식은 2020년 판(속슬렛 방식)과 2022년 판(초음파 방식) 두 가지다. 2020년 판은 탄성포장재 생산/납품 업계가 납품 전 사용하는 방식으로, 아직 현장에서 사용된다. 2022년 판은 지난 5월 최신 개정된 내용으로, 본보 K-ECO팀이 지난 5월 자체 검사를 시행했을 때 사용한 방식이다.

 

도교육청 검사에서 2020년 판 검사 방식을 사용해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경우 전체 43개소의 놀이터 가운데 37개소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PAHs가 검출됐다. 2022년 판 방식으로는 34개소에서 PAHs가 기준치 이상 검출, 검사 방식과 관계없이 대다수의 놀이터 바닥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PAHs가 검출됐다.

 

특히 광명 C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 하층부는 2020년 판을 사용해 검사한 결과 PAHs 수치가 기준치의 약 8배에 달하는 79.9mg/kg 검출됐다.

 

■ 어린이 놀이터, 관리 기준·체계 미흡

 

이처럼 도내 유치원 및 초등학교 어린이 놀이터에서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PAHs가 다량 검출된 데는 놀이터 관리 기준 및 체계가 미흡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인조 잔디 운동장과 육상트랙은 설치 이후에도 각각 적용받는 국가 표준에 따라 PAHs를 검사하는 등 꾸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놀이터는 설치 이후 PAHs 검사 등 관리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같은 어린이 활동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놀이터는 상대적으로 낮은 규제로 인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으며, 발암물질 등 유해 물질에 아이들이 노출돼 있는 것이다.

 

 

■ 전국 10곳 중 3곳은 탄성포장재 놀이터… “변화 일어나야”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국회의원(서울 중구·성동구을). 박성준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서울 중구·성동구을). 박성준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국회의원(서울 중구·성동구을)이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 국공립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유치원 내 어린이 놀이터 1만1천427개소 중 탄성포장재 바닥재를 사용하는 곳은 3천430개소(30.01%)에 이른다.

 

즉, 전국 국공립 유치원과 초등학교 놀이터 10곳 중 3곳은 탄성포장재를 놀이터 바닥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탄성포장재가 어린이 놀이터의 주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일보와 경기도교육청의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 유해성 검사 결과가 보도되면서 경기도에 한정된 조사 및 교체가 아닌, 전국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수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사무국장은 “탄성포장재가 놀이터 바닥재로 사용되는 경우는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주위에 흔히 자리하고 있는 탄성포장재 바닥재의 유해성을 지금이라도 알게 된 이상 이를 묵인하는 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을 유해한 환경으로 몰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유해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더 자세히 실태를 파악해야 하며, 장·단기적인 계획을 마련해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관련기사 : 

관리 허술·유해성··· 국감서 드러난 ‘발암터’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22580396

 

[단독] “43곳 중 대부분 초과 검출”…놀이터 발암물질 검사 결과 숨기는 경기도교육청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21580048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