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라 지자체도 ‘난감’... 시민들 대책마련 호소
19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해오름호수공원 인근 빈 땅. 풀이 자라 허리춤까지 올라오고 군데군데 쓰레기가 가득하다. 분양을 홍보하는 컨테이너는 사람 없이 적막하기만 하다.
바로 옆 빈 땅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펜스로 막아 놓았지만 펜스 사이 틈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도 아무런 무리 없이 쉽게 들어갈 수 있다. 관리하는 인원도 없어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 땅은 지난 3월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의 복합 쇼핑몰을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지연됐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김모씨(42)는 “저 땅을 방치해 둬 바람이 많이 불면 쓰레기나 모래가 날려 피해를 당한다”며 “특히 빈 공간으로 불량 학생들이 들어가기도 해 염려스럽다”고 토로했다.
같은날 오후 2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5동 한 아파트 단지 앞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은 빈 건물을 방치, 관리하지 않아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있다. 건물 입구도 타이어를 끈으로 묶어 조잡하게 막아놔 흉물처럼 보인다. 이곳은 한 택시 회사가 입주해 사용하다가 지난해 초께 이전하면서 빈 건물로 남아 여전히 방치 중이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한모씨(52)는 “밤에 보면 을씨년스러워서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다”며 “주변에 초등학교도 있는데 혹여나 아이들이 들어가 사고라도 당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 곳곳에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빈 땅이나 빈 건물들이 많아 시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한다. 특히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이 미뤄진 빈 건물과 빈 땅이 증가하는 추세라 대책 마련은 더욱 시급하다.
하지만 빈 건물과 땅은 사유지라 각 지자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단속 할 근거가 없어 행정력을 사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락재 미추홀구 의원(나선거구)은 “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방안은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라며 “결국 건물주나 토지주가 나서서 펜스를 치는 등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다시 더러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에서는 토지주와 협의해 해당 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당 구역들은 원칙적으로 토지주나 건물주가 관리해야 하는 사유지라 우리가 관여해야 할 이유도, 권한도 없다”며 “다만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면 협조 요청 등을 통해 토지주와 건물주에게 시정을 요청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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