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록적 폭우 오는데… ‘침수’ 무방비

도내 아파트 지하주차장 조사 결과
물막이판 설치율 4%… 침수 비상
반지하 주택에도 안전장치 ‘부족’
道 “신청한 곳 한해 무료 기술자문”

물막이판을 포함한 기본적인 침수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의왕시 부곡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박소민기자
물막이판을 포함한 기본적인 침수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의왕시 부곡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박소민기자

 

11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부곡시장길의 한 아파트. 이곳의 지하주차장은 재난 발생 시 대피소로도 활용되지만 물막이판은커녕 하수구조차 없어 물 유입 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다. 지하주차장 입구가 두 곳인 이곳은 양쪽에서 더 빨리 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지하주차장 안에 들어서니 입구는 성인 여성 눈높이보다 높아, 물이 차면 시야 확보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날 오후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교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물막이판이 없는 건 마찬가지. 밖에서 보이는 지하주차장은 지대가 낮은 탓에 내부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했다. 이처럼 캄캄한 지하주차장 안에는 침수사실을 알려주는 어떠한 경고등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곳 주민인 주진태씨(60)는 “지하주차장에 갑작스럽게 물이 들어오면 대피할 공간도 따로 없지 않냐”며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안전 장치 하나 없는 지하주차장이 폭우 시 침수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올해 기록적인 폭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도내 대다수의 아파트 주차장과 반지하주택에 집중 호우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물막이판 설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2년 최초로 아파트 4천610단지를 대상으로 물막이판 설치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이달 기준) 물막이판 설치가 이뤄진 곳은 183단지로 최초 조사 대상 단지의 약 4% 수준이다.

 

당시 반지하주택에 대한 물막이판 설치 조사도 8천861곳에 대해 이뤄졌지만 집주인 반대 등의 이유로 지난해 기준 실제 설치 가구는 5천233곳(59%)에 그쳤다.

 

이처럼 도내 아파트와 반지하주택 지하주차장에 물막이판을 포함해 침수 시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여름철 장마 시기가 다가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022년 8월9일께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안양과 성남 등 아파트에서 잇따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침수돼 9명이 갑작스럽게 유입된 물로 고립되거나 익사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2명은 배수관을 잡고 구조됐지만 7명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꼭 저지대가 아니더라도 배수가 잘 안되는 경우도 침수 가능성이 있다”며 “여태껏 물에 잠긴 적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 대신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집값에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 거절하기도 했다”며 “아파트는 사유지이기에 설치를 강제할 수 없지만 신청한 곳에 한해서는 기술자문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