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하다 바닥에 ‘쿵’…잇따른 추락사에도 방호망 없는 공사장 [현장, 그곳&]

설치 의무화 시행 8년 ‘무용지물’... 근로자들 로프·안전모에만 의지
경기지역 추락사고 매년 증가세... 道 “단속 권한 없어… 점검 난항”

3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공사장에 추락방호망이 설치돼 있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소민기자
3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공사장에 추락방호망이 설치돼 있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소민기자

 

“추락방호망이 없으면 떨어지는 순간 그대로 사망하는 거 아닌가요?”

 

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공사장. 8층 높이 규모의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사 현장에는 먼지 날림을 막아주는 분진망이 늘어져 있거나 구멍이 뚫린 채 건물 외부를 감싸고 있었다.

 

그 사이로 보인 현장 안은 뾰족한 철근들이 하늘 위로 높게 설치돼 있었다. 이처럼 추락 사고 발생 시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요소들이 군데군데 존재했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추락방호망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같은 날 낮 12시께 군포시 금정동의 한 공사 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본적인 안전장치인 추락방호망이 없는 상태에서 인부들이 공사 자재를 여기저기 옮기며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일부 작업자들은 심지어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이춘삼씨(가명·48)는 “추락방호망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하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죽는 것”이라며 “로프와 안전모에만 의지해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공사장 내 추락방호망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경기지역 현장에선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경기도에서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공사장 전체 사고 유형 110건 중 추락사고는 58건(52.7%)으로 집계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추락방호망 미설치를 포함한 공사장 내 시정요청 건수는 2021년 4만819건, 2022년 7만8천559건, 2023년 9만452건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5월17일께 파주시 목동동의 한 빌라 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8m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방호망이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종수 숭실대 안전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유럽처럼 매우 엄격한 관리를 통해 공무원이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며 “지자체는 관리‧감독과 관련한 조례를 만드는 등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단속 권한이 없어 사업체가 못 들어오게 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도내 노동안전지킴이 팀을 통해 외부 전문가와 합동 점검을 나가 안전문화 정착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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