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건물 사이 인화성 물질… 불 보듯 뻔한 대형화재 [현장, 그곳&]

도내 건물간 이격거리 협소 심각... 5년간 관련 화재만 1천18건 발생
담배꽁초·쓰레기 등 방치도 ‘한몫’... 경기소방 “청소 캠페인 적극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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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수원특례시내 이격거리가 좁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에어컨 실외기 등이 잔뜩 설치돼 있다. 박소민기자

 

경기도내 이격거리가 좁은 건물 사이에 인화성 물질 등이 방치되고 있어 대형 화재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도내 주거시설 화재 건수는 총 1만1천22건이며, 이 기간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은 1천139명에 이른다. 특히 이중 이격거리 협소로 인한 화재 발생 건수는 1천18건인데, 건물 화재 10건 중 1건이 건물 간 좁은 간격으로 인한 화재라는 것이다.

 

전국 기준 대형화재 원인 중 인접 건물 이격거리 협소가 차지한 비중도 지난 2013년 2.8%에서 2022년 4.1%로 증가했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 수원특례시 팔달구 일대는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다닥다닥 건물들이 붙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좁은 건물 사이에는 불이 꺼지지 않은 담배 꽁초가 버려져 있었으며 건물 벽 주변으로 실외기가 덕지덕지 설치돼 있어 화재 위험이 커 보였다.

 

같은 날 의왕시 삼동 의왕역 인근 주택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m 정도 간격으로 주택과 오피스텔이 맞닿아 있었으며 건물 사이사이 전선이 길게 늘어져 있거나 덩어리 채 묶여 있었다. 이 주변으로 가스관 등이 노출돼 있어 언제든지 불이 날 가능성이 커보였다. 이곳 주민 김자옥씨(60·여)는 “작은 불이라도 나면 건물 사이가 너무 좁아 여기저기 다 옮겨 붙을 것”이라며 “무방비하게 건물을 다닥다닥 세워도 되는 거냐”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지난 2021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면서 화재 위험을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다. 기존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을 400%에서 700%로 늘리게 되면서 건물 사이가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건물 사이에 담배꽁초나 쓰레기 등 인화성 물질에 불이 붙어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여기에 건물 사이가 좁은 경우 불이 금방 옮겨 붙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좁은 공간은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가연물 관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화재 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모든 건물에 대해 세부적으로 화재 예방 대책을 세우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건물 간 사이가 좁은 곳에 대해 매달 쓰레기를 줍는 등 가연성 물질 청소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에 나서 화재 예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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