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보호소서 시작된… 위험한 ‘유기견 탈출’ [현장, 그곳&]

비좁은 컨테이너 수십마리 생활
가축 해치고 주민 습격 안전 위협
소규모 시설 관리·감독 사각지대
파주시 “강제 처분 법 근거 부족”

10일 파주시 파주읍의 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내부가 관리가 제대로 안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건혁기자
10일 파주시 파주읍의 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내부가 관리가 제대로 안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건혁기자

 

“유기견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밖으로 나와 닭을 죽이고,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10일 오전 11시께 파주시 파주읍의 한 마을. 검은 천막과 패널로 둘러싸인 컨테이너 가건물 앞을 지나가자, 수십 마리의 개가 짖기 시작했다. 마당에는 나무판자, 침대 매트리스 등 쓰레기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고 바닥 곳곳에는 분뇨가 묻은 신문지가 쌓여 있어 악취가 진동했다.

 

컨테이너 건물에는 서로 분리돼 있어야 할 유기견들이 비좁은 방 안에 갇혀 있는 채로 연신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일부 개들은 패널 사이 구멍 사이로 고개를 비집고 나오려 애쓰고 있었다.

 

마을 주민 김숙정씨(가명·57)는 “배고픈 개들이 검은 천막을 뚫고 나와 주민들이 키우는 닭을 사냥해 뜯어 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한 달 전에는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달려들어 다친 적도 있어 돌아다니기 무섭다”고 호소했다.

 

파주시의 한 사설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들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손쉽게 탈출하며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곳의 사설 유기견 보호소는 A씨(81)가 지난 2019년부터 운영을 시작, 현재 유기견 40여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목줄을 하지 않아 유기견들이 천막 사이 빈틈을 타고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민간동물보호시설개선방안으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민간동물보호 시설도 출입통제장치, 방범 시설뿐만 아니라 보호실, 격리실, 사료보관실, 사체를 보관할 냉동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20~100마리 미만 시설은 2026년 4월부터 의무신고 대상이기 때문에 현재는 지자체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유예 기간 동안 허술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혼자서 사설 보호소를 운영하는 곳 중에는 시설이 미흡한 경우가 많은 만큼 적극적으로 개선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민원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유기견들이 나오지 않도록 출입문을 잘 관리해달라고 요청해 놨다”며 “현재는 해당 사설 보호소를 강제로 처분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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