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된 도로시설 방치 ‘사고 부채질’… 교통안전 빨간불 [현장, 그곳&]

3년간 도내 민원 17만건 훌쩍 넘어
가드레일·볼라드 등 허술한 관리
끊이지 않는 사고… 대책 시급해
지자체 “현장 점검… 피해 최소화

13일 오전 11시께 용인특례시 기흥구 농서동 일대 한 횡단보도 양 끝에 설치된 차량 차단봉(볼라드)이 녹이 심하게 슨 채 방치돼 있다. 김기현기자
13일 오전 11시께 용인특례시 기흥구 농서동 일대 한 횡단보도 양 끝에 설치된 차량 차단봉(볼라드)이 녹이 심하게 슨 채 방치돼 있다. 김기현기자

 

“멀쩡한 도로안전시설을 찾기가 더 힘드네요. 불안해서 마음 놓고 다니겠습니까?”

 

13일 오전 11시께 용인특례시 기흥구 농서동 일대 한 횡단보도. 양 끝 점자블록 위에 설치된 철제 차량 차단봉(볼라드) 8개가 기존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녹이 심하게 슨 채 방치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는 고무 재질의 보호 덮개가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가 하면 아예 벗겨져 흉물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한 남성이 볼라드에 몸을 기댔다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할 만큼 바닥도 들려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화성시 반월동 도로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 중간에 조성된 중앙분리대 일부 구간이 파손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위험,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테이프가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바람에 펄럭이고 있을 뿐이었다. 일부 시민은 먼 거리에 있는 신호등 대신 파손된 중앙분리대를 이용해 무단횡단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28·여)는 “‘도로안전시설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며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왜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13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반월동 일대 한 도로 중간에 설치된 중앙분리대 일부 구간이 파손돼 있다. 김기현기자
13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반월동 일대 한 도로 중간에 설치된 중앙분리대 일부 구간이 파손돼 있다. 김기현기자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경기도내 도로안전시설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사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도로안전시설은 도로 교통의 안전과 소통을 도모하고자 조성되고 있다. 볼라드를 비롯해 ▲표지병 ▲시선 유도봉 ▲가드레일 ▲중앙분리대 ▲충격 방지 흡수 탱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조성 목적과는 달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되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경기지역 ‘도로, 시설물 파손 및 고장’ 민원은 총 17만2천398건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3천254건, 2021년 7만8천480건, 2022년 9만664건 등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교통사고가 매년 수만건씩 반복되고 있는 점과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도내 교통사고는 15만8천691건 발생했다. 매년 5만2천897건, 매일 약 145건꼴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고로 1천696명이 사망하고, 27만1천844명이 부상을 입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도로안전시설 관리를 소홀히 하면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그 피해는 모두 시민에게 되돌아가는 만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실 담당 구역이 넓어 60~70%는 민원에 의존해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최대한 자주 현장을 돌며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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