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천·굴포천 등 인천 5대 하천... 국비 확보 실패로 수질 정비 차질 ‘물놀이 시설 조성’ 등 계획 변경... 일각선 “악취 잡는 게 먼저” 지적 市 “예산 투입 등 수질 개선 노력”
“하천 근처만 가도 악취가 풀풀 나고, 물 위에는 쓰레기와 찌꺼기가 둥둥 떠다닙니다.”
30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승기철교 아래 승기천에 녹색 구정물이 흐른다. 물 위에는 작은 나뭇가지부터 담배꽁초, 각종 아이스크림 포장 비닐 등의 쓰레기가 거품과 섞여 둥둥 떠 있다. 승기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풍긴다. 산책하는 주민 김지호씨(41)는 “물도 탁하고 냄새가 너무 심해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고, 가능한 거리를 두고 산책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깨끗해지면 하천 옆에 앉아 쉬고 싶은데 지금은 너무 더러워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부평구 굴포천도 상황은 마찬가지. 물 위에는 크고 작은 쓰레기가 떠 있고, 수심이 얕은 바닥에는 검정색 오염 퇴적물인 ‘오니’가 잔뜩 쌓여 있다. 이 때문에 하천에 다가갈수록 물비린내가 심하게 난다.
인천 5대 하천의 수질이 나빠 시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인천시가 수질 개선에 나섰지만, 국비 확보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자체 예산이 필요한 탓에 대폭 계획을 축소,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승기천, 굴포천, 공촌천, 나진포천, 장수천 등의 5대 하천 수질을 시민들이 ‘물장구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현재 3~5등급에 그치는 이들 5대 하천의 수질을 2등급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승기천과 굴포천을 우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시는 승기천은 3천억원, 굴포천은 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하천 수질 개선 사업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시는 승기천 수질 개선 등을 위한 국비 1천500억원 확보에 실패했다. 환경부가 관리주체가 지자체인 지방하천은 국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는 승기천의 경우 내년에 시비 480억원을 마련, 하천 수질 개선보다는 인근에 물놀이 시설을 만들어 친수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방향으로 계획을 바꾸고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승기천에 흘려보내 수질을 2급수 이상으로 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시는 이 같은 국비 확보 실패로 인해 잇따라 추진할 공촌천·장수천·나진포천에 대한 수질 개선 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도시에서 하천은 시민들의 휴식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라며 “하지만 수질이 나쁘면 시민들이 찾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친수공간 만들기에 앞서 오니 제거를 시작해 수질을 좋게 바꿔 악취를 없애는 것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수질이 나빠 하천의 모든 구간에서 물놀이를 할 수 없지만, 일부 구간에서라도 물놀이가 가능하도록 물놀이 시설 등 친수공간 조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이고, 이를 통한 수질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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