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개통령의 꿈'...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시험 '깜깜' [혼란에 빠진 제2의 강형욱들①]

시험 과목·등급 구분 등 세부 내용 논의 지체...응시 예정자 혼란 가중
'등급 구분 여부' 두고 정부·업계 의견 팽팽...변별력 없는 물자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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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애견 학교에서 훈련사들이 문제행동이 있는 동물을 교육하고 있다. 이지민기자

 

국내 반려인 1천200만 시대,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근 반려동물행동교정 전문가들도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는 등 반려동물 양육, 보호 및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 상반기께 ‘반려동물행동지도사’를 국가 자격증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음에도 아직까지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자격증 준비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반려동물행동지도사’를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긴급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 시험이 내년 상반기 시행이 예정됐음에도 여전히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준비생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채 8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시행 규칙과 과목은 물론 등급제 적용 여부까지 관련 정보가 전무, 국가 자격증을 대비해야 하는 약 수만명의 수험생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반려동물행동지도사는 반려동물 행동 교육 전문인력으로서 ▲반려동물 행동 분석 및 평가 ▲반려동물 훈련 ▲소유자 교육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반려동물행동지도 자격증은 민간 법인과 단체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으로, 반려동물관리사·반려동물행동교정사 등 60여종에 달하며 현재 2만여명 이상이 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대외적으로 공신력을 높게 평가받는 기관으로는 한국애견협회와 한국애견연맹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들 기관에서만 매년 1천500명에 달하는 지도사가 배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2020년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며 2024년까지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 검정 체계를 구축, 국가 자격증으로 격상시켜 반려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난립하는 민간 자격증을 객관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예정한 시험 시행까지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물론, 시험 과목·응시 대상·등급제 여부 등 기본 정보조차 공지되지 않고 있어 시험 준비생들이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월에서야 ‘국가 자격증 전담 TF’를 구성하고 논의 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이미 준비 기간이 짧아 하루빨리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훈련사 준비생은 “내년에 국가 자격증이 도입된다고 하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어 준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 자격증이라도 우선 취득하려고 하는데, 향후 국가 자격증이 도입되면 민간 자격증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한국애견협회 관계자 역시 “국가 시험에 대한 내용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어 협회원들과 시험을 준비하는 훈련사들에게 어떠한 안내도 해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TF 자문위원 회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자격증의 세부 내용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연말까지 내용을 구체화한 뒤 내년 4월 예정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해당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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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애견 학교에서 훈련사들이 문제행동이 있는 동물을 교육하고 있다. 이지민기자

 

■ 핵심 쟁점 떠오른 ‘등급제‘…단일화 VS 세분화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 자격증 도입을 앞두고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핵심쟁점은 ‘등급제 구분 여부’ 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자격증을 단일 등급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는 전문성 및 변별력을 강조하며 등급이 세분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등급제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자격시험 준비에 있어 ‘등급’ 구분이 가장 먼저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단일등급으로 실시될지, 등급을 세분화해 운영할 지에 대한 결정이 이뤄져야 시험 내용, 응시 과목 등도 뒤이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 전담 TF 내부에서 단일 등급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업계는 ‘직업 전문성 절하’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민간 자격증은 3개 내지 4개로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일반적으로 3급 훈련사는 반려동물의 보편적인 문제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 2급과 1급은 문제 행동 교정과 함께 반려인 또는 후배 양성 교육, 공견(군견, 인명구조견 ) 훈련을 담당한다.

 

이처럼 민간 자격증이 등급에 따라 역할이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 자격증이 단일 등급이 될 경우 십수년간 반려동물 행동 교정 훈련을 진행해 온 베테랑 훈련사들과 상대적으로 실습 능력이 다소 부족한 신입 훈련사가 동일한 자격을 얻게 돼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또 국가 자격증 보유 여부로만은 반려인들이 행동 교정에 적합한 훈련사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경력이 적은 훈련사를 통해 행동 교정을 진행했을 시 무력으로 동물을 제압하거나 동물의 문제 행동으로 자칫 훈련사가 다치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30년간 훈련사로 활동해온 배호열 훈련사(61)는 “민간 자격증 과정에서 3~4개로 구분되던 등급이 사라지면 직업 전문성이 떨어지고 결국 산업이 도태될 수 있다”며 “국가 자격증의 본 취지인 유기견 방지와 개 물림 사고 예방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행동지도사의 등급을 나눠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반려동물을 체계적으로 교육·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행동 교정 훈련 자격시험을 4개로 구분해 시행하고 있는 한국애견협회는 “반려동물행동지도사가 국가 자격이 됐을 때 민간에서 자격 관리를 하는 것보다 수준이 높아지고 관리가 철저해질 것으로 기대하는데, 등급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국가 자격증이 민간보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아지고 실기는 완화돼 ‘물자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단일 등급에 대한 의견은 논의되고 있는 방안 중 하나 일 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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