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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가시험 다가오는데 가이드라인은 언제쯤… 준비생들 ‘불안’ [혼란에 빠진 제2의 강형욱들②]

반려동물행동지도사, 등급제 구분 아직도 결정 안돼
“국가 자격증 도입 환영하지만... 단일 등급땐 경력 퇴색 두려워”

반려동물 문제 행동 교정 교육을 진행 중인 허준 훈련사. 이지민기자

 

“훈련사로 살아온 이 시간이 무색해질까 걱정됩니다.”

 

16일 반려동물 행동 훈련사로 8년여간 활동해 온 허준(28) 훈련사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남양주시 금강애견학교.

 

이곳 야외 훈련장에는 10여마리의 강아지들이 행동 교정을 위해 입소해 있었다. 처음 본 사람을 향해 계속해서 짖고 달려드는 문제 행동을 보이던 강아지들은 ‘앉아’, ‘멈춰’ 등 훈련사의 명령을 듣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한 모습을 보였다.

 

허 훈련사는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이 반려동물 행동 교정 교육에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훈련사가 각각에 걸맞은 해결법을 고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훈련사들은 입소 전 상담 과정에서 견종, 나이는 물론 살아온 환경까지 세심하게 체크하고 문제 행동을 구체적으로 분석, 적절한 행동 교정 방법을 고안해 교육한다. 또 훈련소에서 숙식을 해결, 강아지들과 24시간을 함께 보내며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효과적인 문제 행동 교정을 위해선 무엇보다 훈련사의 노력과 역량이 중요한 탓에 훈련사들은 그간 우후죽순 쏟아진 반려동물행동지도 관련 자격이 민간에서 국가 운영 제도로 전환되는 것을 반기지만, 등급제 구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여태 윤곽이 잡히지 않은 점을 우려했다.

 

허 훈련사는 “국가 자격증이 도입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단일 등급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등 아직까지 이렇다 할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만약 단일 등급으로 추진된다면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훈련사와 이제 막 시작한 병아리 훈련사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돼 오랜 시간 다져온 경력의 의미가 퇴색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20년 가까이 반려견 행동 교정 훈련일을 해 온 권혁필(43) 에듀넷 소장도 자격증 도입에 있어 핵심 쟁점인 ‘등급제’와 관련해 “훈련사의 능력 부족으로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이 교정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이웃 간 갈등, 가족 내 불화가 지속돼 반려동물을 문제의 소지로 삼고 동물을 유기하거나 직접 해를 가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행동 교정 자격증 준비를 위해 현장 실습을 진행 중인 훈련사 준비생 김현승씨. 이지민기자

 

훈련사 준비생인 김현승(23)씨의 걱정은 더 깊다. 이론 공부와 함께 주 3회씩 훈련소에서 강아지를 직접 훈련하며 현장 실무 능력을 키우고 있는 김현승씨는 내년 상반기께 도입이 예고된 국가 자격증을 대비해야 하지만 내용을 전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김 씨는 반려동물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학과 전공생으로, 반려동물학과를 전공한 또래 예비 훈련사들보다 더 많은 공부와 실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급 구분 여부’ 논의로 구체적인 정책 수립이 지연되고 있어 답답함은 배가 됐다.

 

김 씨는 “국가 자격증이 도입된다는데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뜬구름을 잡는 심정이다. 그래도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우선 민간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자격 시험 등급을 두고 논의가 나오고 있다는데,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현장에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투입된다면 스스로를 믿지 못할 거 같다”며 “등급을 구분해 수준별 평가가 이뤄져야 이를 위해서라도 직무 능력을 갖춰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간 자격증 70여종 ‘우후죽순’… 무분별한 난립 막아야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정부가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 국가시험을 신설하는 데는 개 물림 사고 등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의 급증 외에도 무분별한 민간 자격증 난립을 제재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현재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과 유사한 국내 반려동물 행동지도 관련 민간 자격증은 70여종에 이른다.

 

2015년 4개에서 2017년 18개, 2019년 35개로 매년 증가한 민간 자격증은 2023년 10월 법인 기준 66개(행동 교정 관련 19개·관리 47개)에 달한다. 개인과 단체에서 발행되는 자격증까지 포함하면 반려동물 행동 교정·상담과 관리 관련 자격증은 13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민간 자격증은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종합관리사', '반려동물행동상담사', '반려동물행동상담지도사',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등 다양해 업계에 종사 중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직종에 따라 자격증을 선택, 취득해야 한다.

 

이중에는 필기와 실기 자격 모두 검정하는 자격증이 있는 반면, 온라인 강의 이수 시간을 충족한 뒤 단순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동물 관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도 있다.

 

이렇듯 백여개 이상의 민간 자격증의 교육 과정과 검정 내용이 천차만별인 탓에 업계 혼동이 지속되자 난립하는 자격증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구난방인 민간 자격증 사이에서 내년 상반기 국가 시험이 도입돼 ‘자격증’의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적극 수용해 국가 자격증을 도입, 향후 체계적인 반려동물 양육 환경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주축으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시험 신설을 위해 정책을 3개(시험 기획, 관리·지원, 제도·활용 부분) 분과로 나눠 분과별 과제발굴, 추진방안 마련 및 의견 수렴 등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자는 반려동물 훈련, 반려동물 보호자 훈련과 동물병원, 반려견 훈련소, 미용실, 펫시터 등 반려동물 연관 산업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다. 특히 내년 4월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맹견 사육허가제 도입에 따른 기질 평가위원 채용에도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이처럼 국가 자격증 도입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이 기대되는 만큼 훈련사 등 업계 전문가들은 등급 세분화를 통해 종사자의 전문성과 자격 공신력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등급 구분 사안은 여러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논의·검토하는 단계”라며 “자격 제도 도입을 통해 건전하고 책임 있는 양육문화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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