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턱 높은 경기도내 ‘졸음쉼터’ [현장, 그곳&]

50곳 중 60% 전용 주차구역 없어
휠체어 이용하기 불편한 화장실도
장애인들 이동권 보장·편의 외면
실태 파악… 편의시설 확충 절실

11일 오후 한 시민이 시흥 졸음쉼터(일산 방향)에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졸음쉼터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니요.”

 

11일 오전 10시께 남양주톨게이트 인근 졸음쉼터.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차들로 졸음쉼터내 30여 면의 주차 공간이 금세 가득 찼지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더욱이 설치된 화장실 2곳 모두 계단을 올라야 출입이 가능했다. 또 대변기가 설치된 여자 화장실 10칸 모두 주변 활동 공간이 협소했다. 화장실 한 칸의 폭이 대략 50㎝로 비좁아, 휠체어(폭 60㎝ 내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같은 날 오후 일산 방향 시흥 졸음쉼터도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컨테이너로 된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화장실 내부에는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대비할 손잡이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운전자 김준형(69)씨는 “졸음쉼터 화장실은 이용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다닐 때 곤란했던 적이 많다”며 “교통약자를 위한 화장실이 한 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일부 졸음쉼터에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졸음쉼터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고속도로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고속도로에 243곳, 일반국도 50여 곳 등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현재 졸음쉼터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에 대한 설치 의무 기준이 없다. 이렇다 보니 일부 졸음쉼터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배려 없이 쉼터가 운영 중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12월 고속국도와 일반국도에 설치된 졸음쉼터 50개의 장애인 편의 시설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50곳 중 19곳(38%)은 화장실 출입문이 높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교통약자의 이용이 불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졸음쉼터 50곳 중 절반 이상인 30곳(60%)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없었고, 설치된 20곳 중 6곳(30%)은 화장실 등 주요 시설물과 떨어져 있었다. 지난 5월 국토부가 졸음쉼터 주차면이 20대 이상 50대 미만일 경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최소 한면 이상 만들어야한다고 개정한 만큼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반 고속버스에 휠체어 이용자들이 탈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 운전자의 고속도로 이용 빈도가 높다”며 “졸음쉼터 실태 파악을 통해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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