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수원 등 도내 지정구역 곳곳...꽁초 나뒹굴고 재떨이까지 버젓이 규정·단속 인력 미흡, 주민 갈등만...道 “적절한 대안 모색, 피해 최소화”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면 뭐해요. 매일이 담배 지옥인걸요.”
18일 오전 8시께 화성시 병점동 A 아파트. 지난해 6월 금연 공동주택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인 이곳 각 동 경비실과 현관 등에는 ‘우리 아파트는 주민 동의로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포스터 10여개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금연 아파트’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주민 김창규씨(60·가명)는 “단지를 돌아다니다 간접흡연을 경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사실 금연 아파트 지정 후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파트에는 일정 구역별로 담배꽁초 수십개와 가래침 등이 뒤섞여 있는 상태였다. 일부 구역에는 버젓이 재떨이가 비치돼 있기까지 했다.
지난 2021년 12월 금연 공동주택이 된 수원특례시 영통구 B 아파트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일부 주민들이 층간흡연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정지석씨(27·가명)는 “새벽에 갑자기 담배 연기가 들어와 자다 깬 적이 많다”며 “아래층에 찾아가 여러 차례 항의도 해봤지만, 지금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내 금연 공동주택이 매년 늘고 있지만, 단속 인력 부족과 미흡한 규정 탓에 정작 현장에선 금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금연 공동주택 지정 건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나타낸다. 최근 3년간 도내 금연 공동주택 수는 2020년 619건, 2021년, 827건, 2022년 916건 등이다.
그러나 현재 금연 공동주택은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4곳에서만 흡연을 금지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금연 사각지대에서 흡연하거나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점점 늘고 있으나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연구역 4곳 외 흡연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전무한 탓이다. 특히 단속 인력이 지자체별로 최대 10여명에 그치고, 직접 현장 적발을 해야만 행정처분이 가능한 점도 한몫 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애매모호한 규정은 주민 갈등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의 건강권을 위해 금연구역 적용 범위 자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금연 공동주택 단속·처분에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다”며 “적절한 대안을 찾아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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