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안전설비·요원 없어 불안 잇단 보행자 사고 속 관련 법 전무 “안전 의식 고취 등 대책 필요하다”
“공사장을 지나갈 때마다 불안한데 안전 관리가 안되는 게 말이 됩니까?”
20일 오전 9시께 평택시 고덕동 일대. 건물 건축과 리모델링 공사 등이 이뤄지는 이곳 도로 곳곳엔 철근과 철판 등 공사 자재가 널브러져 있었다. 공사장 대부분엔 안전펜스조차 없었고, 공사 중인 건물엔 철근이 휑하게 드러날 정도로 부실한 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더욱이 공사 차량이 오가고 자재가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지만 안전 설비는 물론 보행자의 통행을 유도하는 안전요원도 없었다. 이곳 주민 이정연씨(가명·39·여)는 “공사장 인근을 지날 때마다 아슬아슬하다”며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비바람에 자재가 갑자기 떨어질까 봐 다른 길로 돌아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안양시 동안구의 한 공사장도 마찬가지. 인도와 공사장의 외벽 천막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다. 공사장과 맞닿은 구간엔 임의 통로가 마련돼 있었지만 통로 내부 역시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았으며 나무 자재가 삐져나와 있어 시민들은 불안해하며 지나가거나 차도로 보행하기도 했다.
경기도내 중소형 공사 현장에서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안전대책이 수립돼 있는 공사 현장 근로자들과 달리 보행자를 대상으로 한 방안은 미흡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현행법상 사업주는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산업재해 예방이 목적이며 노동자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욱이 공사 금액 50억원 이하인 소규모 공사현장은 이 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 1월 부산의 신축 건물 공사장 15층 높이에서 벽돌 더미가 떨어져 시민 2명이 다쳤으며 지난 5월 서울의 철거 현장에선 가림막이 인도 쪽으로 기울어 길을 걷던 시민이 다치기도 했다.
이처럼 공사현장에서 보행자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사실상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법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작업 현장의 안전 규정 노동자에게만 집중돼 보행자나 주변 시설 안전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며 “특히 소규모 공사장일수록 시민과 밀접하기 때문에 사고 등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안전인식을 고취시키고 공사 전 보행자 안전 문제를 정확하게 명시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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