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만에 상추 105%·시금치 72%↑ 비싼 채소값에 발길 줄어… 매출 뚝 市 “현장의견 수렴… 대응방안 모색”
“폭우와 폭염이 반복하면서 도매 채소 가격은 급등하는데, 막상 팔 때는 시들어서 버려야 할 정도에요.”
5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의 한 상가. 상가 주인 최경자씨(69)가 앞에 쌓아놓은 열무 더미에서 이미 시들어 축 처진 제품들을 골라내 빈 상자에 담고 있다. 모두 이날 새벽 2시에 도매로 산 물건이지만, 폭염 탓에 이미 시든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1단(1.2㎏)에 1천500원대인 열무는 올해 일찍 닥친 폭우 탓에 도매가가 3천500원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곧바로 폭염이 오면서 9시간도 지나지 않아 시들어 손님들에겐 고작 1천원에 팔고 있다. 반나절만에 열무 1단에 2천500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최씨는 “날이 더워지면서 오전 10시부터 이미 채소의 숨이 죽는다”며 “비싸게 산 채소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파는데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심한 제품은 싸게 내놔도 아예 팔리지 않아 그냥 버릴 수 밖에 없다”며 “10단 중 3단은 버리는 듯 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금치와 상추가 2주만에 배 이상 가격이 오르는 등 채소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아예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고 있다. 상인 박영훈씨(54)는 “하루 이틀 쏟아진 비 때문에 벌써 채소가격이 난리”라며 “이러다 1박스에 2만원이던 상추가 10만원까지 치솟게 생겼다”고 했다.
인천지역 상인들이 최근 장마로 인한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오면서 채소 가격 급등과 매출 하락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의 품목별 가격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적상추(4㎏)는 1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6천원에서 이날 1만2천296원으로 105% 올랐다. 또 시금치(4㎏)는 1만75원에서 1만7천306원으로 72%, 가시오이(10㎏)도 9천167원에서 1만6천289원으로 77% 가격이 상승했다.
사무소 측은 장마가 일찍 시작하면서 채소 출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곧바로 이어진 폭염에 채소들이 물러지면서 상인들의 전체적인 경영 상황 악화가 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시민들은 채소 가격에 부담이 커져 아예 채소를 구입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시민 김영준씨(58)는 “가뜩이나 물가가 다 올랐는데, 채소는 더 심하게 오르는 듯 하다”며 “아예 먹는 쪽에서 전체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장마철이면 같은 현상이 있지만, 올해는 유독 물가 급등으로 인해 더욱 심해진 상황”이라며 “채소 상인을 비롯해 전체적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편, 시는 5일 민생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 민생경제지원반 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물가안정 등 서민경제와 밀접한 분야의 문제를 논의했다. 민생경제지원반은 곧 현장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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