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고, 악취 ‘풀풀’... 쓰레기통 된 의류수거함 [현장, 그곳&]

도내 주택가·도로변 마구잡이 설치... 위탁운영 탓에 관리도 제대로 안돼
도심 흉물 방치, 안전·통행 방해... 지자체 “민원 적극 조치·현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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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군포시 당정동 한 주택가 의류수거함에 헌 이불이 올려져 있다. 윤원규기자

 

“찌그러지고 녹슬고…쓰레기까지 잔뜩 쌓여 있어 냄새까지 나요. 흉물이나 다름없죠.”

 

13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진안동의 한 주택가. 인도 한가운데 놓인 의류 수거함은 오랜 기간 관리가 안 된 것을 보여주듯 녹슬고 찌그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수거함엔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는 듯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여 있어 주민들의 통행까지 방해하고 있었다. 주민 윤형철씨(46)는 “한 번도 수거함을 관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제 기능도 못하는 것 같은데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거함 주변에는 늘 불법 투기된 쓰레기로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군포시 당정동의 주택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 가로등 옆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에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버려진 일회용 컵, 빈 상자, 음식물 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인근 또 다른 수거함 위엔 누군가 버리고 간 헌 이불이 올려져 있었으며 수거함 주위로 쓰레기 더미가 버려져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경기도내 주택가 곳곳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도로변 마구잡이로 설치된 의류수거함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풍기고 주민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의류 수거함은 31개 시·군에서 위탁 사업으로 운영 및 관리 중이다. 지난 2021년 기준 총 410개 민간 업체가 의류 수거함을 관리 중이며 통합 관리하는 곳이 없어 수거함의 개수부터 위치까지 불명확해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더욱이 의류 수거함의 설치에 대한 별다른 기준이 없어 일부 단체와 개인이 무분별하게 설치한 것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각 지자체도 민간 업체에 위탁 운영을 맡기다 보니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쓰레기 투기 등 수거함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업체를 통해 안내문 부착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무단 설치된 수거함은 철거에 나서고 있다”며 “주기적인 현장 점검을 통해 깨끗한 의류 수거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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