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녹슨 옥외소화전... 불나면 속수무책 [현장, 그곳&]

방출구 뚜껑없고 쓰레기통 전락, 관리 미흡… 대책 마련 목소리
소방 관계자 “지속 점검할 것” 

22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에 위치한 옥외소화전의 한쪽 방출구 뚜껑이 사라진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 오민주 기자

 

“제대로 작동은 되나요? 소화전 방출구 뚜껑은 없어지고 녹이 슬어 고철 덩어리 같아요.”

 

22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에 위치한 옥외소화전의 한쪽 방출구 뚜껑이 사라진 채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뚜껑이 없는 탓에 성인 주먹 하나도 손쉽게 들어갈 정도의 입구를 들여다보니 소화전 내부 안에 버려진 쓰레기와 이물질들이 훤히 보였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주영씨(가명·62·여)는 “매일 같이 이곳을 지나다녔지만 항상 소화전 방출구 뚜껑이 없어진 상태였다”며 “이렇게 관리가 안되고 있는데 큰 불이라도 나면 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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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3시께 용인특례시 수지구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지역에 위치한 옥외소화전. 오민주 기자

 

같은 날 오후3시께 용인특례시 수지구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에 위치한 옥외소화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옥외소화전의 방출구 뚜껑은 열려진 채로 쇠사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으며 전동킥보드가 소화전을 앞에 세워져 있어 접근조차 방해하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도로 폭이 좁은 데다 길 모퉁이에 불법주차된 차들이 많아 화재 발새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소방호스를 연결할 수 있는 소화전의 관리가 더욱 절실했다.

 

경기지역의 옥외(지상식)소화전이 방출구 뚜껑이 도난당하거나 훼손되는 등 관리가 안된 채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옥외소화전은 두 개의 방출구 뚜껑이 있는데, 뚜껑이 없으면 방출구 구멍 안으로 쓰레기나 이물질이 들어가 물이 나오는 통로가 막힐 수 있다. 또 녹이 슨 소화전의 경우 뚜껑의 접합 부분을 열기 힘들어 신속한 용수 공급을 어렵게 만든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 설치된 소방용수시설은 총 3만735개 가운데 소방에서 유지·관리하는 소방용수시설 1만8천833개다. 이 중 옥외소화전은 1만5천178개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당국은 옥외소화전설비의 설치·유지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올해 소화전 설치와 비상소화장치 설치를 위해 각각 4억7천400만원과 12억2천500만원이 예산이 편성됐다. 소방용수시설을 유지·관리하는데는 총 12억7천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관내 소방관들이 매달 소화전 3~10개씩 맡아 점검을 나서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모든 소화전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입장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옥외소화전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사용이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평소 유지·관리가 중요하다”며 “소방관서에서 유지·보수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용역업체에 위탁하거나 소방산하기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급하게 수리해야 하는 시설에 우선순위를 두고 한정된 예산을 쓰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소방용수시설 유지관리비를 지난해 대비 4% 증액해 확보했으니 지속적으로 점검해 보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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