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곳곳 담뱃불 화재 잇따라도 버젓이 실내 흡연… 안전불감증 민원 땐 관리실 ‘자제 방송’뿐 개입 근거 없어 법·제도 개선 시급
“연기와 재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건 물론이고 밖으로 내던진 담배꽁초로 큰불이 날까 봐 조마조마 합니다”
23일 오전 9시께 광명시 하안동의 A아파트. 매일 아침 아파트 단지에서 담배꽁초를 양손 가득하게 발견한다는 경비원 송영준씨(61·가명)는 입주민들로부터 ‘담배 냄새가 난다’, ‘누가 아파트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는 민원을 자주 듣는다. 이런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그는 아파트 안내방송으로 실내 흡연을 자제하라는 안내를 한다.
송씨는 “실내 흡연을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집 안, 복도에서 담배를 핀다”며 “누군지 모르겠지만 밖으로 불을 끄지 않은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 혹여 불이라도 날까 낙엽을 자주 쓴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주민 박지현씨(30)는 “15층 높이에 살고 있는데 열린 창문과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계속해서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며 “나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실내 흡연을 해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지난해 5월 남양주시 금곡동의 다세대주택 주차장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발생, 건물 내외부 3층 높이까지 불이 붙어 검게 그을렸으며 주차돼 있던 차량이 전소됐었다. 이 불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3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았다. 또한 같은 해 7월 구리시 인창동의 아파트 세대 내에서 화재 발생으로 상하층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부 타 2억2천827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도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실내 흡연이 버젓이 이뤄지며 주민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동주택 화재는 2019년 2천293건, 2020년 2천259건, 2021년 2천8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2019년 171건, 2020년 168건, 2021년 157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사유지 내 실내 흡연의 경우 지자체나 소방 당국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단속이나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아파트 실내 흡연에 대한 민원이 발생 시 아파트 입대위를 통해 해결 방안을 강구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철홍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는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안에서 흡연을 해도 현행법상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며 “담배꽁초를 밖으로 던지는 행위는 의도된 방화는 아니지만 큰 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법적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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