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그곳&] 가격 폭락·인력 부족… 인삼농가 ‘눈물의 수확’

파삼 가격 크게 낮아져... 인부 일당 2배 가까이 껑충
다 팔아도 오히려 손해 한숨... 홍삼 등 가공제품 인기 쏠려
“신품종 개발 등 활성화 절실”

인삼 가격의 폭락으로 인천 강화지역 인삼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강화군 송해면의 한 인삼 밭에서 농민들이 인삼 수확을 하고 있다. 강화지역 인삼 농가에서는 가격 하락과 함께 일손 부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삼 값 폭락에 인건비는 계속 올라 인삼을 수확해도 남는 돈이 없어요. 이제는 인삼 농사를 그만 둬야 하나 싶습니다.”

25일 오전 11시께 인천 강화군 송해면의 한 인삼 밭. 인삼 수확철을 맞아 30여명이 모여 6년근 인삼 수확에 한창이다. 바로 옆에선 대형 트렉터가 인삼 밭을 갈며 땅 속에 있던 인삼들을 끄집어 내고 있다. 인삼 밭 가운데에는 이날 수확한 인삼 수십t이 한가득 쌓여있다.

이런데도 이 밭 주인 송세근씨(65)는 인삼 재배 현장을 보며 깊은 한숨만 내쉰다. 인삼을 밭에서 캐내도 창고에 재고만 잔뜩 쌓일까 걱정이기 때문이다. 송씨는 “이렇게 고생해서 인삼을 아무리 많이 수확해도 인삼 가격이 너무 떨어져 돈벌이가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인삼은 품질이 금방 변해 쌀처럼 창고에 쌓아둘 수도 없어 재고만 계속 쌓이고 있다”며 “인삼 값은 계속 떨어지고 예전처럼 인삼을 찾는 손님도 크게 줄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인삼 농가들은 인건비가 크게 올라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농가의 주요 인력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입국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삼 농가들은 현재 마을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인삼 수확을 하고 있다. 하점면에서 인삼 농사를 하고 있는 정영식씨(47)는 “2~3년 전만 해도 수확할 때 인부들의 1일 일당이 9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6만원에 달한다. 아니 그 가격에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16만원을 일당으로 주면 인삼을 모두 다 팔아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되레 손해가 날 지경”이라고 했다.

국내 대표 인삼인 ‘강화인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가격 폭락과 인력 부족으로 ‘눈물의 수확’을 하고 있다.

강화군과 강화인삼농협 등에 따르면 농가들이 농협에 일괄 판매하는 파삼(가공용 인삼)의 가격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져 있다. 인삼 업계에서는 최근 파삼 등 생삼 수요가 크게 준 반면, 한국인삼공사(KT&G)와 농협 등이 홍삼 등으로 가공한 제품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생삼 산업을 회복할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황우덕 강화인삼조합장(66)은 “대한민국, 특히 강화는 ‘고려인삼’ 등 인삼의 종주국”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이 함께 생삼에 대한 연구개발(R&D)과 바이오 산업 연계 등을 추진해 인삼 산업 붕괴를 막아달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강화 인삼의 명맥을 잇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 중 인삼 농가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인삼 값 폭락을 막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인삼의 재배 절차를 간소화하는 새로운 재배법과 신품종 개발 등을 추진 하는 등 인삼 업계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