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쌀값 폭락에… 강화 농가 ‘곡소리’

재고쌀 많은데 올해도 창고로 비료 등 물가 부담까지 ‘이중고’
“시장격리곡 ‘입찰 방식’ 바꿔... 농민들 최소 생계보장 해줘야”
郡 “판로·홍보지원 방안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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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천 강화군 교동면 삼선리의 한 농가 창고에 지난해 수확한 강화섬 쌀 100여t이 쌀값 폭락으로 미처 팔지 못해 가득히 쌓여있다. 강화섬쌀은 2021년 9월 기준 쌀 1가마(80㎏)당 21만원에 판매했지만, 올해 같은 달 14만5천원으로 값이 크게 떨어졌다. 장용준기자

“한창 수확철인데, 힘들게 일해봐야 못 팔고 버릴 것 같아 암담하네요. 쌀값도 떨어져 팔아봤자 적자에요.”

13일 오후 1시께 인천 강화군 교동면의 한 창고. 1개에 750~1천㎏짜리 농협 마크가 찍힌 대형 쌀가마가 사람 키보다 높이 잔뜩 쌓여있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 강화지역에서 수확한 강화섬쌀로 대략 100여t에 달한다. 농민들이 구슬땀을 흘려 힘겹게 재배해 수확한 쌀이지만 지난 1년 간 팔리지 않다보니, 결국 창고에 쌓여있는 것이다. 이 곳에서 만난 최복환씨(49)는 “자식처럼 키워낸 쌀이지만 팔리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 곳에 쌓아뒀다”며 “오늘도 벼베기를 했는데, 또 창고에 쌓아만 둘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더욱이 농민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필수적인 농자재 값까지 급등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씨는 “농기계에 넣는 경유가 지난해 1천ℓ당 60만원에서 올해 130만원으로 배가 넘게 올랐다”며 “이런데도 올해 쌀값은 폭락하니,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강화에서 쌀농사를 짓는 이현섭씨(30)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 강화로 귀농한지 8년만에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올해 쌀값은 뚝 떨어졌지만, 물가가 크게 올랐다”며 “논 임대료와 비료값 등 어쩔 수 없는 고정지출을 하고 나면 손에 남는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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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의 한 논에서 농민이 벼 추수를 하고 있다. 강화섬쌀은 2021년 9월 기준 쌀 1가마(80㎏)당 21만원에 판매 됐지만, 올해 같은 달 14만5천원으로 값이 크게 떨어졌다. 장용준기자

강화군과 강화쌀작목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쌀 80㎏(1가마)당 가격은 21만원에 달했지만, 최근 들어 14만5천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현재 강화지역에는 5천500여가구의 쌀농가가 있다. 농민들은 이 같은 쌀값 폭락에 더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물가 폭등 등의 영향으로 경유와 비료 등 각종 농자재값을 감당하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지난해 말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곡 매입 방식을 최저가격 입찰제로 바꾸면서 쌀값이 폭락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기관 강화쌀작목연합회장(60)은 “지난해 쌀 생산량이 늘어났는데, 최저가격 입찰제로 바뀌자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쌀값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다시 시장가격으로 방식을 바꿔 시장격리곡 입찰을 해 농민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강화섬쌀 판로 개척 등이 시급하다. 농민들은 농협을 통한 수매나 일부 개인 간 판매를 제외하면 별다른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강화군이 나서 농가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수많은 농가들의 판로 개척까지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연합회장은 “인천시나 다른 군·구 등이 강화섬쌀 판매를 위한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인천시내에 임시 판매장 등을 꾸리거나, 강화섬쌀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홍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재배 단계부터 수확, 그리고 판로 개척까지 해마다 농민들을 돕기 위해 최대한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 공공기관 및 각종 유관 단체에도 강화 쌀 소비를 요청하는 등 강화에서 생산한 쌀의 판로를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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