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화장실 바닥 맨홀서 냄새 ‘스멀스멀’...남양주 노후 경로당 ‘악취’ 고통

546곳 중 절반 가까이 지은 지 20년 훌쩍, 환경 개선 시급… 市 “예산 증액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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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지역 일부 노후 경로당에서 화장실 악취 등으로 어르신들이 고통을 호소해 개선이 시급하다. 퇴계원11리 경로당 벽면에 배관과 전선이 모두 밖에 위치해있다. 이대현기자

“청소를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악취 때문에 속이 뒤집힙니다.”

5일 오전 10시께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4리 경로당. 1934년 세워진 경로당에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경로당 내부에는 시가 지원한 냉장고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이 비치됐지만 벽면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화장실 바닥 맨홀에선 하수구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1995년에 세워진 퇴계원11리 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순자 할머니(69)는 아침과 저녁, 하루 3시간씩 팔팔 끓은 물에 락스를 섞어 화장실과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지만 화장실 밑에 있는 정화조에서 나오는 악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장실에는 작은 창문조차 없는 데다 환풍기도 없어 락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벽면 곳곳은 곰팡이가 피어 온통 검게 변해 있었고 배관과 전선 등이 벽 밖으로 나와 있었다.

김 할머니는 “하루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화장실 악취로 속이 다 뒤집힐 정도”라며 “시가 지원해주지만 노후된 건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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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지역 일부 노후 경로당에서 화장실 악취 등으로 어르신들이 고통을 호소해 개선이 시급하다. 덕소4리 경로당 화장실 벽면이 온통 곰팡이로 덮힌 모습. 이대현기자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남양주지역 일부 노후 경로당에서 화장실 악취 등으로 어르신들이 고통을 호소해 개선이 시급하다. 더욱이 바이러스 감염에 특히 취약한 어르신들이 환기가 어려워 쉽게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에 따르면 8월 기준 지역 경로당은 546곳이고 이 중 2000년 이후에 세워진 경로당은 297곳(54.5%)으로 절반에 가까운 경로당이 세워진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쾌적한 여가 환경 조성 및 이용자 편의 증진을 위해 기능보강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 이유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능보강사업은 매년 실시되는 수요조사를 통해 긴급성 및 형평성 등 우선순위를 고려해 경로당의 노후 물품 및 냉난방기 교체, 정보화 기기 및 신규 경로당 집기 지원, 시설 개·보수 등 환경 개선 지원 프로젝트다.

앞서 시는 지난해 253곳, 올해 225곳을 대상으로 필요한 물품 등을 지원했다.

시 관계자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모든 노후 경로당 지원은 한계가 있어 예산 증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양주=유창재·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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