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럽 최고의 허브공항의 위상은 네덜란드 스히폴공항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네덜란드) 오후 3시 스히폴공항 출국장. 수만명에 달하는 공항이용객이 출국시간 3~5시간 전부터 각 항공편 체크인 카운터 곳곳 대기선에 줄지어 서있다. 출국장 출입구 밖엔 대기자를 위해 스히폴공항이 임시 텐트까지 설치했다. 특히 오후 9시20분 대한항공(인천행)편 체크인 카운터는 운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200~300명이 모여들고 있다. 체크인 후 항공권을 발급받은 이용객들은 보안검색을 위해 대기줄에 합류한다. 보안검색 소요시간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4시간 상당이다.
이처럼 스히폴공항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압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는 최근 스히폴공항의 직접 연결성이 코로나19 전인 2019년에 비해 90% 수준까지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는 유럽 핵심 허브공항으로 꼽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79%), 프랑스 샤를드골공항(82%) 등 보다 빠른 상황이다. 항공여객의 경우 지난 7월 518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보다 77% 수준까지 회복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국제공항은 174만명으로 2019년 7월 대비 27.9%에 머문다.
이는 스히폴공항 이용객과 네덜란드 방문 수요 유치를 위해 항공사는 물론 네덜란드 관광청과 네덜란드 투자진흥 네트워크 등이 협업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빠르게 회복한 여객 수요와 반대로 코로나19 탓에 줄였던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혼잡도는 남은 숙제고 꼽힌다.
현재 스히폴공항엔 20여곳이 넘는 보안검색대를 운영하지만 인력 문제로 6~7대만 운영하며, 관련 민원은 최근까지 2천여건 이상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또 출국절차가 늦어져 비행기를 놓치거나 수화물이 늦게 도착한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스히폴공항은 컴퓨터단층(CT) 스캐닝으로 보안검색을 대체하는 임시 방편을 적용하고 있다. 또 빨리 인력을 확충해 출국절차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10여분 안팎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스히폴공항은 최근 부족한 주차시설을 터미널과 연계해 확장시켜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여객 수요 확보를 위한 터미널 확장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키엘 스히폴공항 디렉터는 “정부를 비롯한 항공사와 스히폴그룹 등이 함께 검역완화 정책 등으로 항공수요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부족한 보안 인력을 비롯해 식음료(F&B) 서비스 인력 등도 계속 충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항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비행기 슬롯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여객 수요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최대 ‘허브’ 스히폴공항, 전략적 파트너사로 인천국제공항 꼽아
스히폴공항은 영국 히드로공항,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함께 유럽 3대 허브공항으로 불린다. 스히폴공항은 80개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고, 264개의 노선을 운항한다. 직항 취항노선 수는 유럽 내 1위, 환승 노선은 전세계 5위 수준이다.
최근 스히폴12년간 유지하던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의 ‘허브링크(Hublink)’ 협업 계약이 지난해 11월 종료했다. 이에 스히폴공항을 비롯한 스히폴그룹은 새로운 협업 파트너공항도 찾고 나서고 있다. 앞서 스히폴그룹과 프랑스 공항운영사인 ADP그룹은 각각 지분 8%를 맞교환(지분 스와프)했다가 새로운 지분교환 대상을 찾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스히폴그룹은 인천국제공항을 전략적 협업 등을 위한 유력한 파트너로 꼽고 있다. 앞서 스히폴그룹은 인천공항과 허브공항간 전략적 협업을 하고 싶다는 긴급 요청을 했고, 지난 12일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방문했다.
키엘 스히폴공항 디렉터는 “종전 샤를드골공항의 지분을 가져갈 파트너를 내년 5월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인천공항에도 그 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인천공항은 문화·철학적, 세계 허브공항이라는 점 등 많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과 최근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해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히폴공항은 코로나19 이전 연간 여객실적은 7천96만명으로 인천공항(7천57만명)과 경쟁을 하고 있다. 스히폴공항은 올해는 2019년 대비 85% 수준인 6천만명까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히폴공항의 차별화한 VIP 출국 서비스, 선진 비즈니스 공항 시스템 구축
스히폴공항은 퍼스트나 비즈니스 출국 서비스 등 패스트트랙(Fast Track)과 함께 VIP 출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종전 정부 관계자와 왕족 등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간소화한 출국 서비스를 최근 유료 상품으로 내놨다. 1회 이용 시 비용은 300~400유로(42만~54만원) 상당이다. 1일 이용자 90~130여명이다.
이곳에선 간편 출국 심사와 전용 라운지, 전용 카트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스히폴공항의 협조를 받아 기자단이 체험한 이곳의 서비스는 전용 대기실에서 출국 심사를 받은 뒤 개별적으로 보안검색을 받았다. 이 과정 모두 5분 내 이뤄졌다. 이후 이곳 라운지에서 머물다 항공편으로 바로 이동하거나 면세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기자단은 면세구역으로 나와 항공사 라운지 등이 아닌 스히폴공항이 별도로 운영하는 프리미엄 멤버쉽 서비스 Privium 공간을 갔다.
이곳은 총 4단계로, 가장 낮은 4단계의 연간 회원 비용은 200~300유로(28만~42만원) 상당이다. 이 라운지는 비즈니스 공간을 위한 미팅 장소와 개인정비 공간, 식음료 공간 등으로 구성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여권 및 스마트카드를 등록한 홍채인식 정보로 e-GATE를 통해 출입국(30초)이 가능하다.
비카 스히폴공항 고객경험 팀장은 “간편 출국심사와 공항 라운지 등 VIP 서비스는 허브 공항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화 상품”이라고 했다.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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