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高물가·후원금 축소… 무료급식소 ‘시름’

재룟값 폭등에 운영 큰 차질 “정부·지자체 차원 시설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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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나흘 앞둔 12일 오전 수원특례시 권선구 평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2022년 복달임 행사'에서 평동주민자치위원회와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지역 취약계층에게 전달할 삼계탕을 만들고 있다. 김시범기자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경인 지역 무료급식소들이 재룟값 상승과 후원금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수원특례시 팔달구 교동의 함께하는 교회. 매일 오후 7시마다 수원역 광장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배식을 하는 백점규 목사(69)는 최근 고물가 현상으로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가 상승 전에는 약 200인분까지 식사를 준비했지만, 최근에는 재룟값 상승 등으로 130인분밖에 준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일 나갔던 고기 반찬도 어느새 주 1회로 자취를 감췄다.

백 목사는 “우리 교회는 어떠한 단체들의 보조금도 받지 않고 개인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체감이 크다”며 “재룟값 마저 폭등한 상황에서 재료 구입에 쓰이는 후원금마저 4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로 줄어들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인천광역시 남동구의 송이 무료급식소도 고물가 현상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해당 급식소는 노인들 약 70명에게 배식을 하고 있는데, 가파르게 오른 재룟값 탓에 할인 행사가 이뤄지는 재료 위주로 구매를 하다 보니 메뉴가 수시로 바뀌기도 부지기수. 인천시에서 한 끼당 약 4천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든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송이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일상회복을 하며 무료급식소 운영이 재개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물가 때문에 다시 힘들게 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재룟값은 오르는데 지원금마저 줄면 어떡하나 불안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6%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24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이 중 농축수산물의 물가상승률은 4.8%로 집계됐고, 수입쇠고기 등이 포함된 축산물은 10.3% 상승했다. 이외에도 필수 재료 중 하나인 대파와 양파 가격도 각각 ㎏당 2천800원대와 2천400원대를 기록하며 1년 전과 비교하면 모두 25%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직접 운영하며 식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TF를 만들어 물가 변동 상황을 반영해 지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연·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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