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관 저해·범죄 발생 온상...관리 소관부처 분산돼 ‘혼선’ 정비사업·조사 등 비효율 초래...정부 “효율적 추진 기반 마련”
경기도 내 곳곳에 방치된 빈집들이 미관 저해와 범죄 발생 등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도심과 농어촌지역으로 나뉘어 빈집이 관리되는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파장동의 한 주택. 오랜 시간이 흐른 듯 담쟁이 넝쿨이 2m 가까이 자라 주택 벽면을 휘감고 있었고, 벽면엔 내부 골조물이 훤히 드러날 정도였다. 슬레이트 지붕은 세월의 풍파에 부식됐고, 유리창 곳곳은 깨진 상태였다. 인근 주민 이영숙씨(56)는 “이 근처에서 5년 이상 살았는데,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막혀있고 이 곳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농촌지역에서도 비슷한 광경은 이어졌다. 이날 오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의 한 단독주택. 지난 1962년 지어진 이 집의 누런색 외벽은 곳곳에 균열이 간 상태였고, 집 주변엔 플라스틱 병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10년 넘게 이 주택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호 할아버지(82)는 “이 동네로 이사 온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이 집 주인 얼굴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시골엔 빈집이 자꾸 늘어나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경기지역 빈집은 총 5천518호로 집계됐는데, 이 중 도심지역엔 2천824호(51.1%), 농어촌지역엔 2천694호(48.9%)가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은 미관 저해·범죄 발생 등의 온상이 되는 상황. 지난 2020년 5월엔 화성시 장안면의 하 빈집에서 남녀 4명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도심지역과 농어촌지역이 빈집 관리 주체가 달라 정비사업이나 현황 파악 시 일관된 기준이 없어 행정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경기도는 도심지역 빈집 파악을 도시재생과에서 진행하지만, 농촌지역 빈집 조사는 농업정책과에서 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시군 단위에서 통계를 일원화 해 일선 지자체의 혼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관련 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빈집에 대한 정의도 혼재돼 있기 때문에 우선 관련된 모든 부처가 정의를 통일하는 한편 관리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일선 지자체에서 이후 관리 계획을 세울 때 도시·농촌·노후화·신축 빈집 등으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내년 중으로 일원화 작업을 마무리 해 빈집 정비사업 등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론 농어촌정비법과 소규모주택정비법으로 이원화돼 있던 현행법상 관련 규정을 통합해 입법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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