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경윳값 급등’에 멈춰선 화물차량 불법주차 몸살

인천지역 도로 곳곳 ‘경윳값 급등’에 멈춰선 화물차량 불법주차 몸살…단속건수 폭증

25일 낮 12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천신항 일대 도로변에 경윳값 폭등으로 운행을 중단한 화물차량이 불법주차를 하고 있다. 박주연기자

“무섭게 오른 경윳값으로 당분간 화물차량을 몰 일도 없고, 그렇다고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아 한적한 도로에 세워둔 것뿐이에요.”

25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항동7가 76의2 일대. 왕복 6차로 이뤄진 이곳 도로의 양 옆으로는 불법주차 중인 8.5t 화물차량 10여대가 줄지어 서있다. 이곳은 평소 낮시간대에 불법주차 화물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지만, 최근에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화물차량의 불법주차 천국으로 전락했다. 경윳값 폭등으로 운행을 멈춘 화물차량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차량 기사 A씨(52)는 “지난해까지 8년간 하루 2회씩 부산으로 화물 운송을 다녔는데, 최근 경윳값이 오른 뒤로는 1회 운송으로 일을 줄인 상태”라고 했다. 이어 “화물차량 전용주차장은 저처럼 운행을 멈춘 차량들이 이미 가득해 부득이하게 이곳에서 불법주차를 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1의1과 인천신항 일대의 도로 역시 25t 화물차량들이 점령했다. 이들 도로는 점심시간대에 종종 불법주차 화물차량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이날은 점심시간이 1시간 이상 지나도록 자리를 뜨는 불법주차 화물차량을 단 1대도 찾지 못했다. 이들 불법주차 화물차량은 모두 경윳값이 폭등하면서 오후·저녁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물차량 기사 B씨(70)는 “새벽에 일산으로 운송을 다녀왔는데 운송비에서 경윳값을 빼면 5만원도 남지 않아 길이 막히는 오후시간대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신항 일대의 도로는 저랑 비슷한 경우로 불법주차한 화물차량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25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항동7가 76의1 일대 도로변에 화물차량이 불법주차로 가득 차있다

인천지역 도로 곳곳이 경윳값 폭등으로 운행을 멈춘 화물차량의 불법주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 중구와 연수구 등에 따르면 중구와 연수구가 1월부터 지난달까지 단속한 불법주차 화물차량은 각각 2천243대, 3천362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단속한 불법주차 화물차량보다 각각 446대, 1천27대 늘어난 것이다. 이들 기초단체에서는 경윳값 폭등이 불법주차 화물차량의 증가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상 이날 인천의 평균 경윳값은 1ℓ당 2천2원으로 지난해 5월 1천339원보다 49.5% 급등했다. 경윳값 폭등의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불균형 현상 등이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인천의 불법주차 화물차량 문제도 점차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인천화물연대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며 “경유값 폭등에 따른 불법주차 화물차량 문제 등이 더는 심각해지지 않도록 화물차량 전용주차장 등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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