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을 맞아 낚시꾼들이 기지개를 켜는 상황에서 이들이 마구잡이로 배출한 쓰레기로 경기지역 하천과 저수지 곳곳이 황폐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25일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덕우저수지. 월척을 잡으려 모여든 이른바 ‘꾼들’ 사이엔 소주병과 돗자리, 매운탕 냄비, 죽은 생선 등 쓰레기가 나뒹구는 상태였다. 더워진 날씨 탓에 빠르게 부패된 쓰레기 사이에선 악취가 흘러나왔다. 낚시꾼 김형문씨(43)는 “이곳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 올 때마다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몰상식한 낚시객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상황인데 지자체에서도 저수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후 평택시 청북읍 일대를 가로지르는 진위천도 상황은 마찬가지. 배스 낚시를 위해 하천을 찾은 낚시꾼들 수십명 뒤로는 쓰레기 산이 펼쳐져 있었다. 더미 속엔 쓰다 만 떡밥 봉투와 오래된 파라솔 등 낚시 물품이 버려져 있었고, 더미 위로는 파리 떼가 날아다녔다. 낚시를 마친 일부 낚시꾼들은 이 위로 음료수 캔과 생수병을 끊임없이 투척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낚시객들에 의해 발생되는 쓰레기는 연평균 약 2만t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버려진 쓰레기가 수질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시의 경우 낚시터 저수지는 일반적으로 해당 낚시터 관리인에게 처리가 맡겨진다. 이 때문에 관리인 선에서 처리가 미흡해도 시는 여기에 적극적으로 개입되지 않는다. 또 평택시는 주기적으로 평택 전역의 하천 일대를 대상으로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인력은 1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하천 인근의 쓰레기 중 상당수는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하천으로 흘러갈 시 심각한 수질 오염·물고기 폐사가 발생하는데 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며 “각 지자체는 모니터링을 통해 마구잡이로 배출된 쓰레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적극적 단속과 홍보를 통해 낚시객들의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별로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중앙 부처에서 일률적으로 특정 하천이나 저수지 등에 대해 규제를 가할 순 없다”면서도 “무분별한 쓰레기와 낚시로 인해 수질 오염 등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선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면 하천법 등에 따라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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