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개 식용 논의기구’ 연장…개고기 암암리 유통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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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 건강원 일부가 개고기를 판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오전 모란시장 건강원거리 일부. 윤원규기자

개 식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출범했던 사회적 논의기구가 활동기한을 연장(경기일보 9일자 6면)한 가운데 경기지역 일부 전통시장에선 개고기 유통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의 모란시장. 일렬로 늘어선 건강원 10여개 앞 유리 냉장고엔 가게마다 길이 50㎝의 몸통 절반이 잘린 개고기 ‘지육’이 전시돼 있었다.

지난 2018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모란시장 내 개고기 유통이 사라지도록 업종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이날도 개고기 구매는 1㎏당 2만원가량만 지불하면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이 때문에 지난 4일 동물보호단체들은 성남시청 앞에서 모란 개 시장 폐쇄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못골종합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장 중간까지 진입하자 한 약초가게 앞엔 ‘개고기’ 간판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간판 아래엔 ‘한 근당 1만원’이란 가격표도 번듯하게 놓인 상태. ‘고기들이 어디서 오느냐’는 질문에 상인은 예민한 듯 답변을 회피했다. 같은 시각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중앙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장 내 생닭 가게 안 냉장고엔 닭 대신 개고기 지육만 가득했다. 가게 주인은 전북 김제에서 고기들을 납품받는다고 슬며시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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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못골종합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개고기 유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정규기자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상 개를 식품원료로 조리·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섭취 가능한 식품원료를 규정하는 식약처 행정규칙에선 개고기를 동물성 원료인 축산물 식유류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고기 식용’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어 보신탕 등 가게들이 버젓이 운영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는 난항을 겪던 끝에 활동 종료 기한을 당초 올해 4월에서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세부적 합의 도출이 아직 이뤄지진 않았지만 해당 위원회에서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사회적 합의 도출에 서둘러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개 식용 금지 추진’을 공약했고, 지난 4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개 식용 종식 대타협을 이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2개월 연장이라고 발표된 바 있지만 유예기간을 길게 가져갈 것이란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다수 국민들이 개 식용에 대해 반대하는 만큼 위원회는 더 시간을 끌지 말고 하루빨리 개 식용 종식을 선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관계자는 “큰 틀에선 참여 단체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부적인 쟁점에서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향후 2개월 동안 해당 기구를 연장 운영하며 참여 단체 간의 논의 양상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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