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그곳&] ‘맹꽁이’ 소리 사라질지 몰라요

공공주택지구 개발 현장 인근, 맹꽁이 터전 훼손… 생존 위협
환경센터 “수질·토양오염 우려...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해야”
區 “조만간 순찰·수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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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수원특례시 당수동 제3기 신도시 부지에 곳곳에 각종 쓰레기가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 김시범기자

멸종 위기에 처한 맹꽁이의 서식지로 알려진 수원특례시 권선구 당수동이 불법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5일 오전 10시께 당수공공주택지구(권선구 당수동 388-19) 개발 현장 인근.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경고문이 무색하게 산업용 안전모, 원예용 상토 포대 등이 겹겹이 쌓여 약 1m 높이의 쓰레기가 산을 이뤘다. 더욱이 파란색 비닐 포대 안에 들어 있는 10여개의 플라스틱 판넬은 종이와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 등 분리배출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 하얀색 페인트가 덕지덕지 말라붙은 5개의 철제 페인트통이 나뒹굴고 있었으며 땅 속에는 1m 길이의 비닐이 박혀 있어 토양 오염마저 우려됐다. 또 10여마리의 파리가 꼬인 5개의 빈 막걸리 병으로부터 나오는 악취로 머리가 지끈지끈해질 지경이었다.

주민 최창모씨(61·가명)는 “두 달 전부터 쓰레기가 쌓여 있음에도 구청이 단속은커녕 이를 치우지도 않고 있다”며 “사실상 쓰레기 매립장이 된 당수동의 실태를 아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 탓에 당수동에 서식 중인 맹꽁이(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수동, 호매실동 등 서수원 지역에 있던 맹꽁이의 서식지는 당수공공주택지구와 같은 도시화가 가속화되며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에서 알을 낳거나 땅속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맹꽁이 특성상 쓰레기에 따른 토양·하천 오염은 해당 생물의 생존에 위협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당수동은 칠보산과 황구지천 등이 연결된 하나의 생태통로로 과거에는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맹꽁이들이 살기 적합한 곳이었다”면서도 “수질과 토양 오염이 심각해질수록 맹꽁이와 같은 양서류들이 살아가기 점점 어려워지기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권선구 관계자는 “당수지구 주변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조만간 수거 업체를 불러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치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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