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아~ 한입... 다시 찾은 맛있는 '소확행'

마트·영화관 취식 허용 첫날, 시식코너 손님들로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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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수원특례시 한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시식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약 2년3개월이라는 기나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 ‘일상 회복’이라는 보상을 받은 경기도민들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영화관, 대형마트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의 취식 허용 첫날인 25일 오전 9시30분께 용인 CGV. 쿠웨이트에서 살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발이 묶였던 서동숙씨(47·여)는 재차 열린 하늘길로 출국을 앞두고 국내 마지막 일정으로 영화 감상을 선택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커피만 마셨던 서씨는 팝콘의 아삭아삭함을 한없이 느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덩달아 신이 난 건 영화관 직원들도 마찬가지. 지난 2년간 가장 바쁜 월요일을 보낸 용인시 CGV 동백점 직원 최철영씨(23·가명)는 고소한 내음에 휩싸인 채 연신 팝콘을 박스에 담느라 분주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같은 시각 메가박스 수원의 40대 부부는 먹을거리 앞에서 어린아이 같았다. 키오스크 앞에서 ‘팝콘 먹자’, ‘핫도그 먹자’ 등 티격태격하던 이들은 “팝콘 먹으려고 영화관을 찾았다”며 돌아온 일상에 감사함을 느꼈다.

대형마트에선 쩌렁쩌렁한 직원들의 목소리가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다시 불러왔다.

성남시 홈플러스 야탑점 직원들은 점심때에 맞춰 아삭아삭한 김치를 가위로 쫑쫑 썰었다. “맛 좀 보고 가세요”라는 권유에 이쑤시개 든 손님들은 마치 타향살이를 하다가 오랜만에 집에 들른 자녀처럼 반갑기만 하다. 손님들의 입에서 나온 ‘아삭아삭’ 소리는 바쁜 저녁 장사를 앞두고 힘을 내게 하는 자양강장제 같은 존재였다.

이마트트레이더스 수원신동점에서도 지글지글 거리는 만두 굽는 소리가 온 매장을 휘감았다. 시식 코너 직원이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만두를 잘라 놓자 10개의 조각 만두가 고객들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카트를 밀고 온 손님들로 시식대가 북새통을 이루자 이 직원은 “마음껏 드셔라”며 다시 만두를 구웠다.

손님 차주현씨(45·가명)는 “그동안 냉동식품을 샀다가 예상과는 다른 맛에 후회한 적이 있는데 시식이 가능하니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즐거울 따름”이라며 “오늘부터 정말 코로나19가 끝난 것 같고, 평범한 일상이 가져다 준 행복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웃음 지었다.

또 이날 오전 6시 수원녹색교통회관 등 도내 실내수영장에는 다시 찾아온 일상에 신규 회원을 등록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뤄 문 밖까지 긴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방역 당국은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영화관, 대형마트와 같은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식 섭취 시 대화나 이동을 자제하고 시설 측은 철저한 환기 등 방역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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