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비켜요. 비켜!”
14일 오전 10시께 인천 계양구 박촌동의 한 농로. 농로를 걷던 A씨(53)를 향해 다가오던 차량이 사납게 클락션을 울리더니 빨리 비켜서지 않는다며 창문을 열어 짜증을 낸다. 차가 진입한 농로 초입에는 ‘차량통행금지’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농로를 가득 채운 차량 탓에 A씨는 옆으로 비켜서며 어렵게 걸음을 옮긴다. A씨는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인데도 늘 알아서 비키라는 식으로 이렇게 빵빵거린다”며 “이곳을 오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같은날 오전 11시께 남동구 도림동의 한 농로 사정도 다르지 않다. 차량 1대가 지나면 가득차는 좁은 폭의 농로지만, 차량은 속도 조차 줄이지 않고 쌩하니 달려간다. 인근 텃밭으로 가던 B씨는 갑자기 나타난 차량에 놀라 농지로 내려선다. B씨(87)는 “차량이 텃밭 근처까지 내려온다”며 “위험하니까 어떻게든 피하려다보니 수로에 빠지기도 하고 그런다”고 했다.
인천의 도심 속 농경지의 농로들이 차량의 위험한 질주로 안전 위협지대로 전락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농어촌도로 정비법에서는 읍·면 지역의 농로만 차량통행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계양구나 남동구처럼 도심과 농경지가 함께 있는 지역의 경우 이 같은 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공사 등이 통행금지 푯말을 설치해두더라도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법적 제재 장치가 없으니, 위반해도 그만이란 식의 위험한 질주가 이어지는 셈이다.
농로는 특성상 폭이 좁아 차량의 질주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밖에 없다. 또 농로의 특성상 인근에 사고 예방 및 충격 흡수 등의 안전장치도 없는 상황이라 대형사고 위험이 높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농로는 농기계가 다니고 농업인의 생계를 위해 특별한 목적으로 지정한 도로”라며 “도로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차량이 통행하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계양구 관계자는 “관련 부지는 국토부와 농어촌공사 땅이지만, 행정구역상 관할 구역인 만큼 보행자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농로가 위험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관리를 하고 있다”며 “농어촌공사와 협의해 관리·감독 등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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