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밤새 앓다 왔는데 헛걸음”… 잦은 방침 변경에 ‘분통’

검진체계 변경 모르고 방문… 경기·인천 시민 ‘불만’ 폭발
보건소 PCR 미룬채 안내 ‘진땀’… 동네 병의원은 ‘북새통’
전문가 “현장·정책 엇박자, 혼란 최소화 홍보·소통 강화를”

image
전국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된 11일 오후 수원특례시 팔달구보건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시범·조주현기자

“코로나19 증상으로 잠도 못 잔 채 아침 일찍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헛수고만 했네요”

11일부터 전국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의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된 가운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인지역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속출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영통구보건소. 이마에 맺힌 땀으로 앞머리가 눌어붙은 이정현씨(45·가명)는 ‘콜록콜록’거리는 10세 아들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근처 병·의원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아들의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보건소를 방문한 이씨는 신속항원검사 중단 소식을 듣고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병원까지의 먼 거리가 그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이곳에선 약 30분 동안 10여명의 시민이 툴툴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천시 남동·부평구보건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날 밤부터 기침과 고열 탓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김상진씨(53·가명)는 병·의원 검사의 경우 비용(의원 기준 5천원)이 든다는 보건소 직원의 안내에 “2년3개월 동안 장사로 번 돈이 쥐꼬리만 한 수준인데 돈까지 내라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image
같은 날 광 명시 한 의원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시범·조주현기자

난처한 것은 보건소 직원들도 마찬가지. 화난 시민들을 어르고 달래는 데 진땀을 뺀 부평구보건소 직원 A씨는 거동이 불편한 신속항원검사 희망자를 보면 도리어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이날 조치로 인력마저 줄어든 상황에 본연의 업무인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뒤로 미룬 채 신속항원검사 중단 안내만 하는 현실에 답답해했다.

이런 가운데 군포시청 임시선별진료소 인근 도로인 ‘산본천로 중앙공원 사거리’에는 신속항원검사 중단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은 위치 안내 표지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더욱이 이 같은 조치로 호흡기 클리닉과 같은 동네 병·의원에서만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해지자 경인 지역 병원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정책 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대국민 소통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 지침이 계속 바뀌면서 현장과 정책의 엇박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방역 당국은 현장을 꼼꼼히 살피는 등 보건 인력의 의견을 듣는 한편, 시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홍보 등 소통 활동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최종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