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봄철 산불 1위’ 경기지역 산, 담배꽁초 무방비 노출

경기지역 산불 원인 1위로 꼽힌 담배꽁초가 여전히 도내 산 곳곳에 무방비로 버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건조한 날씨 속 강한 바람이 자주 부는 봄철을 맞아 꽁초들로 인해 산불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에 위치한 광교산. 등산로 입구를 따라 토끼재까지 약 1.6㎞에 달하는 길 양옆에선 10분마다 담배꽁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더욱이 이들 담배꽁초는 수풀 사이 널브러져 있어 메마른 나뭇잎에 불이 옮겨 붙을 수 있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등산객 최경숙씨(60)는 “광교산에 올 때마다 일부 등산객이 산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며 “봄철이라 산불 우려도 큰 만큼 입산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관할 당국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후 의왕시 백운산엔 등산로 입구마다 담배·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보관하는 화기물보관함이 마련돼 있었지만, 등산객 5명은 이를 무시한 채 버젓이 흡연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시민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이들 등산객들의 흡연을 말리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같은 시각 과천시 관악산에서도 등산로 중턱마다 마련된 벤치 주변에선 담배꽁초 20여개가 발견됐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경기지역에선 약 3천50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전국 산불 발생의 29%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로 집계됐다. 더욱이 올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산불 81건 중 74건(91%)이 ‘부주의’ 때문인데, 이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발생이 32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3월 잠정 피해 면적만 2만㏊가 넘어 ‘역대급’ 피해를 남긴 울진·삼척 산불의 발화 원인은 담배꽁초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난 4일 산림 약 8㏊를 태운 남한산성 인근 청량산 산불도 담뱃불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는 지난달 5일부터 4월17일까지 이 기간을 ‘대형산불 조심기간’으로 지정하고, 도내 3개 산림부서 33명으로 구성된 11개 기동단속반을 편성해 집중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와 별개로 31개 시군에선 산불감시원(942명)·산불 전문예방 진화대(968명) 등 근로자 1천910명이 하루에 2~3번씩 관내 산불 방지를 위해 순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도 산불방지대책본부 관계자는 “봄철은 건조한 날씨에 더불어 강한 바람이 자주 불어 산불이 번지기 좋은 조건”이라며 “입산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함께 도 차원에서도 현재 운영 중인 기동단속반·산불감시원 등 제도를 더욱 철저히 운영해 산불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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