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규모가 방대한 산불이 계속되면서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 중 어느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라 화재 위험을 높이는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는 시점도 매년 빨라지는 만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낮 12시께 하남시 학암동의 청량산 일원. 가파른 비탈을 올라 산 중턱에 들어서자 진한 탄내와 함께 잿더미가 된 숲이 펼쳐졌다. 청량산을 둘러싼 남한산성 경기도립공원은 하남은 물론 성남·광주시민들도 자주 찾는 명소다. 그러나 이날 산보에 나선 시민들의 눈앞에 펼쳐진 건 검게 그을린 소나무와 불에 타다 쓰러진 신갈나무 군집의 흉측한 잔해뿐이었다.
불은 전날 오후 7시43분께 시작됐으며, 3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고 오후 11시28분께 완진 판정이 내려졌다. 약 8㏊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축구장 면적(0.7㏊)과 견줄 때 12배에 가까운 규모다. 최근 건조한 기류가 계속되며 올 들어 이날까지 발생한 산불은 32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68건(21.3%)은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특히 절기상 청명(4일)과 한식(6일) 전후는 산불 위험성이 높다. 소방청은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지난 4일 오후 6시부터 7일 오전 9시까지 전국 소방관서를 대상으로 특별경계근무를 명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별경계근무에 들어간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 산불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대응’에 앞서 ‘예방’부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녹색연합은 산불의 진행 속도 및 전개 양상을 고려, 건조한 기후의 위험성을 특정하고 기후위기에 맞는 산불 진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예방 명목으로 투입되는 예산이 턱없이 적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산림청이 지출한 예산 중 산불 예방에 투입된 건 2천5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6.7%에 불과했다.
반면, 예방의 한계를 지적하며 피해 경감이나 대응 방식의 발전에 대해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산불 예방을 강조해 왔지만, 예상하기 어려운 자연재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며 “한 번 발생하면 복구에 수십년이 소요되는 피해를 어떻게 경감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산불은 산림청이 주관하고 진압은 소방의 몫으로 구분된 현행 체계에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 화재의 주불 진압 역시 소방의 역량이 주효했던 만큼 산불진화대원뿐만 아니라 산불에 대한 소방력 강화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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