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어른도 끙끙 앓는데 우리 아이한테 백신은 절대 안 됩니다.”
31일부터 만 5~11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저조한 사전 예약률 하에 시작된 가운데 접종 첫날부터 도내 의료시설에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기는 등 백신 기피 현상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백신접종을 맞고 펑펑 우는 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의 상담을 받고자 총 8명의 보호자와 아이들이 소파에 앉아 대기할 뿐이었다.
남양주시 다산동 또 다른 의원도 마찬가지. 지난해 6월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시행됐을 당시 이곳은 하루 평균 30명 안팎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이날 접수된 만 5~11세의 예약 인원은 5명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대상자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일일 100여통의 문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을 떠올린 병원 관계자들은 이날의 한가함이 어색할 따름이었다.
용인시 기흥구의 한 의원은 허탈한 하루를 보냈다. 전날부터 원내 동선을 분리하는 등 소아 접종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10명의 예약자 중 6명이 개인 사유로 접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말로 예약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4월2일에 대한 취소 문의가 쇄도하는 실정이었다.
7세 딸을 둔 김미향씨(38·여·가명)는 “이미 정부에서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밝힌 마당에 혹시 우리 아이가 부작용을 겪을까봐 백신 접종은 꿈도 안 꾼다”고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백신 기피는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청소년의 방역패스 시행이 잠정 중단되는 등 백신을 맞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지난 24일부터 진행된 만 5~11세의 백신 사전 예약률은 지난해 10월 16~17세의 20.8%보다 한참 못 미치는 1.5%(314만7천942명 중 4만7천761명)로 조사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은 중증화율을 낮추는 게 주요 목적인 가운데 부작용 사례가 널리 알려진 만큼 건강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를 피할 수밖에 없다”며 “오미크론 대응체계 전환으로 이제는 백신보단 대면진료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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