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가 있어서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요령만 알면 누구나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찾은 오산시 내삼미동에 위치한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 이달까지 시범운영 기간인 가운데 열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1개 조를 이뤄 안전체험 중이었다.
마침 빨간색 모닝 차량에 한 아이가 지도교수의 안내에 따라 탑승했다. 이상한 것은 운전석에 오른 아이의 행동. 핸들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앉아 의자 등받이를 두 팔로 밀고 있었다. 아이의 장난 같아 보였지만 곧 차에서 ‘빵’ 경적 소리가 체험장에 울려 퍼지자, 그것이 비상 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곳은 바로 어린이 안전 체험장인 ‘어린이 안전동화 마을’이다. 코스를 따라 들어가면 지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주방을 재현한 세트장이 마련돼 있었다. 5명의 어린이가 바닥이 흔들리자 방석과 책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식탁 아래 몸을 밀어 넣었다. 진동으로 물건들이 떨어질 때마다 “우아 어떡해”라며 놀라는 소리도 나왔지만, 여진까지 기다렸다가 침착하게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본격적인 재난안전체험은 ▲생활안전 ▲교통안전 ▲사회 및 재난안전 ▲야외 및 농촌안전 ▲산업안전 등의 체험코스에서 생생하고 다양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 2~3층 높이에서 내려오는 완강기 체험이었다. 평소 건물에 설치된 완강기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지만, 비상 시에는 몸을 밧줄에 의지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장치다.
이곳 체험관에서는 보조 밧줄을 추가로 몸에 매달아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하지만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 아래로 내려가기에는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도교수의 설명에 따라 벽 쪽을 보고 선 뒤 하나 둘 발을 내리고 손을 난간에서 떼자, 벽과 일직선으로 내려갔다. 의외로 상당시간 내려가 발이 땅에 언제 닿을지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당황하면 몸이 흔들려 불안정하게 내려올 수도 있지만, 완강기 자체에 속도조절 장치가 있어 일정한 빠르기로 내려갈 수 있었다.
안전벨트 착용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체험도 있었다. 탑승한 승용차가 마치 양꼬치나 장작구이 통닭처럼 360도로 회전했다. 처음 45도, 90도 각도로 돌아가자 몸이 한쪽으로 쏠려 붙잡을 곳을 찾았다. 그리고 직각을 넘어 180도에 이르자 드디어 좌석에 붙어 있던 엉덩이가 떨어짐과 동시에 안전벨트 하나에 공중에서 온몸이 의지하게 됐다. 만약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그대로 고꾸라져 목이 골절되는 등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실제로는 순식간에 차체가 돌아가 전복되는데 이건 아주 천천히 돌아간 것”이라며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게 됐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친절한 설명이 안전벨트야말로 생명줄임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다.
알코올이나 약물 등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재미있는 코너도 발길을 붙들었다. 특수처리된 안경을 끼면 마치 만취한 것처럼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공을 던져 과녁에 맞추려고 하면 엉뚱한 곳으로 번번이 날아가 멀쩡하지 않은 상태임을 느끼게 했다.
이 밖에도 분말 대신 물로 대체한 소화기로 불을 끄는 체험을 비롯해 비상시 지하철 문을 수동으로 열고 탈출하는 체험, 노래방 화재 시 대피 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이 마련됐다. 해당 시설을 빠르게 체험하니 2시간 이상 소요됐다.
이처럼 정식 개관을 앞둔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연면적 7천94㎡ 규모로 9개 체험존‧52개 체험종목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의 안전체험시설이며, 307억7천만원(도비 107억7천만 원‧국비 100억원‧시비 100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은 다음 달 13일께 정식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될 계획이다. 매주 월요일과 일부 공휴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 오후 2시와 4시 등 하루 세 차례로 나눠 16명의 교수가 투입돼 운영된다.
경기도재난안전체험관 관계자는 “시범운영기간 동안 다양한 관람객의 의견을 취합해 더욱 만족도 높은 시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부대시설 확충은 물론 각종 교육지정기관 인정 등을 통해 이용객을 적극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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