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마다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홍보 방식의 구태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오전 8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권선사거리. 출근길 신호에 걸린 운전자의 시선이 멈춘 곳마다 대선후보들의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에 걸린 현수막은 각 정당을 표현하는 색감으로 형형색색 꾸며져 있었는데, 이들 현수막은 모두 플라스틱 소재로 확인됐다.
같은 날 낮 12시께 용인특례시 수지구에 위치한 성복역 앞 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후보 대신 현수막이 경쟁을 벌이듯이 눈에 잘 띄는 장소마다 큼지막한 현수막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신호를 기다리던 임지향씨(34·여)는 “선거가 끝나면 이렇게 많은 현수막이 어디로 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짧게는 2주, 길어봐야 3주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쏟아져 나오는 홍보 현수막은 대부분 폐기 처리된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탓에 이를 소각할 때마다 다이옥신이라는 발암 물질이 발생하는데, 25년 넘게 지적돼 온 선거 홍보물의 환경오염 문제는 이번 대선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쓰인 현수막은 5만2천545장으로 집계됐다. 당시엔 읍면동당 1매씩만 게재할 수 있었지만, 지난 2018년 ‘2매 이내’로 공직선거법이 바뀐 탓에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선 최소 10만5천90장의 현수막이 쓰일 것으로 추산된다.
공직선거법은 현수막의 규격을 10㎡로 제한한다. 통상 길이 10m라는 가정하에 20대 대선후보들의 현수막 길이를 합치면, 1천㎞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을 2번 왕복하고도 100㎞ 이상 남는 길이다. 이마저도 각 지역 선거사무소에 건물을 뒤덮을 정도로 큰 현수막은 정해진 규격조차 없다.
이번 대선에 쓰인 벽보와 종이 공보물은 5천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10만장 이상의 현수막과 합치면 이들 홍보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CO2e)는 7천312t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친환경’ 정책을 외치면서, 그 홍보 방식은 환경을 파괴하는 구태인 셈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21대 총선에 쓰인 폐현수막의 재활용률은 25%에 그쳤는데, 아무도 쓰지 않을 현수막 장바구니를 만드는 건 ‘재활용’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쓰레기를 생산하는 셈”이라며 “환경오염을 방관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을 하루빨리 개정하고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온라인 홍보로 방식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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