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소음 노이로제에 걸려 미칠 것 같습니다”
매년 선거철마다 확성장치 등에서 흘러나오는 유세 소음이 어김없이 이번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에도 반복돼 도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소음 크기 제한 등 관련 규제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나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미금역사거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유세차량이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정차한 채 앰프와 마이크를 이용해 길거리 유세를 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표정을 찡그리기도 했다. 1일 오전 수원특례시 영통구 이의동의 광교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유세차량에선 선거 홍보영상과 음악이 큰 소리로 흘러나왔고 일부 행인들은 양 귀를 틀어막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취재진이 두 후보의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소음 크기를 50m 거리에서 측정할 결과, 두 차량의 소음은 모두 한때 100dB 이상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100dB은 열차 통과 시 철도변의 소음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성은씨(35)는 “매번 선거철마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유세차량들이 큰 소음을 내고 있어 곤혹을 치르고 있다”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음을 유발하는 차량을 보면 찍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에서 경찰에 접수된 유세 소음 신고는 총 161건으로, 하루에 약 12.4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선거철마다 소음 민원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 소음 크기 규제가 없는 현행법이 꼽히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소음 규정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간만 제한하고 있을 뿐 소음 크기를 제한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헌법재판소도 지난 2020년 1월 유세 시 확성장치 등으로 유발되는 소음의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12월 확성장치의 사용시간과 확대출력 등의 규제 기준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의 적용 시점이 오는 4월1일 이후이기 때문에 현 대선 국면에서 소음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개정안에 담긴 최대 소음 기준이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인 120dB를 크게 상회하는 150dB으로 규정된 탓에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민원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들은 소음을 유발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이 같은 유세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라며 “큰 소음을 내며 유세 활동을 하는 것에 싫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은 만큼 이제는 과거에 머물고 있는 선거운동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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