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방치된 불법 묘지들로 경기도 유일의 국립공원인 북한산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의 북한산 둘레길. 둘레길에서 뻗어있는 샛길을 따라 150m가량 이동하자 높이 2m, 폭 3m의 둥그런 묘지 한 기가 나타났다. 오랜 시간 버려진 듯 묘지 주변에는 갈대와 잡초들이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자란 상태였다. 기이한 표정을 하고 묘지 양 끝에 서 있는 석상은 묘지 주변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이 밖에도 해당 묘지에서 50m 떨어진 곳에선 묫자리가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비석이나 상석이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비석과 상석의 전면부에는 한자가 음각돼 있었고, 주변에는 부러진 나무들과 낙엽들이 엉켜 기괴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날 눈에 띈 비석과 상석만 해도 총 6개에 달했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에 묘지를 설치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현재까지 북한산 내 불법 묘지는 총 123기로 확인됐는데, 이 중 주인이 파악되지 않는 묘지는 약 33기로 집계됐다.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이 같은 불법 묘지들이 지난 1983년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주인 없는 묘지에 대한 이장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소관인 데다 관습법에 따라 함부로 묘지를 이장할 수 없어 그간 난항을 겪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20년부터 경주 남산과 광주 무등산에서 실시했던 ‘분묘 이장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전국 국립공원 내 불법 묘지에 대해 분묘 이장 종합계획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불법 묘지는 인위적인 샛길을 조성해 자연생태계 훼손, 산불 및 쓰레기 등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국립공원공단은 불법 묘지 양성화라는 목표를 세워 이장 로드맵을 밝힌 만큼 차질 없이 계획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산국립공원 관계자는 “북한산 내 묘지들이 등산객들의 혐오감을 유발하고, 성묘객들로 인해 쓰레기나 산불이 발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국립공원공단의 계획에 따라 북한산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불법 묘지에 대한 이장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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