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옆집 일조권은 어디에?” 주거지역 만연한 불법증축

14일 오후 수원시 한 주택가에 일조권 사선 제한을 악용, 베란다 등을 설치한 건물의 모습.조주현기자
14일 오후 수원시 한 주택가에 일조권 사선 제한을 악용, 베란다 등을 설치한 건물의 모습. 조주현기자

경기도 주거지역에 위치한 건축물 곳곳에서 일조권을 보장하기 위해 남겨둬야 하는 외부공간을 무단으로 증축하는 사례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미 적발된 위법사항이 수년째 시정되지 않는 등 관할 당국이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다.

14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의 한 공동주택. 지상 6층의 계단식 모양을 한 이 건물 4~6층마다 외부공간에는 투명 플라스틱 패널과 지붕이 조성돼 있었다. 주민들은 이 공간을 베란다와 창고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해당 건물은 지난 2018년 불법증축으로 구청의 단속망에 걸려 들었지만, 4년째 위법사항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의 다세대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 건물 4~5층에는 각 층 외부공간마다 창문이 설치돼 있었고, 그 위에는 검정 및 투명색 지붕이 덧씌워진 상태였다. 이 건물로부터 반경 50m 거리의 주택을 살펴본 결과, 무려 7곳의 주택에서 베란다 불법증축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현행 건축법상 주거지역에서 건축물을 건설할 때는 북쪽에 위치한 인근 건물의 일조권을 확보해 주기 위해 건축물의 높이에 따라 이격해야 하는 거리를 정하고 있다. 건축물 높이가 9m 이하인 층은 1.5m 이상 떨어뜨려야 하고, 9m 초과하는 층부터는 각 층 높이의 2분의 1 이상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거지역에 위치한 4층 이상의 건물은 대부분 계단식 형태를 띄는데, 준공 이후 건축주는 활용 가능 면적을 늘이기 위해 베란다 확장 등 불법을 일삼는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위반건축물 4만7천16동 중 1만5천997동(34.0%)이 불법증축, 무허가 등의 사유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15년에는 옆집 일조권을 침해한 신축 빌라의 베란다를 철거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베란다가 준공 검사 이후 불법증축된 점 ▲일조권 사선 제한 규정 위반으로 일조권 침해가 심화된 점 등을 들어 베란다 철거를 명령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위반건축물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 액수보다 불법증축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큰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화재 등 재난 상황 발생 시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자체는 강력하게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위반건축물 단속은 관할 지자체에서 담당하지만, 도 차원에서 매년 2번 각 시군의 단속 결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상황”이라며 “각 시군에서 단속을 더욱 철저히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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