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표 상권, 단순 먹자골목 전락
외식업 매출 비중 전체 월평균 67%
평균 관광 체류 3시간 미만 가장↑
“역사적 의미 담은 프로그램 개발을”
“차이나타운인지, 짜장면 먹자 골목인지…. 온통 중국음식점뿐이네요. 이곳에서는 밥 먹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습니다.”
3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중구 인천역 앞 차이나타운. 붉은색 기둥과 화려한 용 문양의 대형 문인 패루를 지나 입구부터 수백m 길이의 도로에 ‘福(복)’이라고 새겨진 빨간 종이들이 화려하게 흩날리고 있지만, 정작 차이나타운 거리는 수십개의 중국음식점만 채우고 있다.
인천의 대표 관광지라는 명성은 간데 없고 먹자 골목만 연상시킨다. 중국음식점들 사이로 간혹 커피전문점 몇 개만 눈에 띌 뿐, 게임장 등 다른 업종은 임대문의 팻말이 붙은 채 문을 닫은 채 방치 상태다. 구경거리는 거리 벽면에 그려진 빛바랜 벽화 등이 고작이다.
관광객 A씨는 “차이나타운이 워낙 유명해서 점심시간보다 빨리 와서 구경하다 점심을 먹고 가려했는데 뭘 하면서 점심시간까지 기다릴 지 모르겠다”며 “차이나타운보다는 중국음식거리가 어울리는 곳이라 다음엔 식사시간에 맞춰 올 생각”이라고 했다.
인천의 대표 문화관광 상권인 차이나타운이 먹자골목으로 전락하며 경쟁력을 잃고 있다.
3일 인천시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5∼11월 차이나타운의 관광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차이나타운은 외식업이 전체 콘텐츠의 70.2%(92개)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업은 17.6%(233개), 서비스업은 12.2%(16개)로 외식업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차이나타운은 외식업 매출 비중이 전체 월평균 매출액의 67%에 달하며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이는 관광객의 소비가 단순히 중화요리 등 먹거리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외식업 일색의 차이나타운은 관광객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환경을 부추긴다. 차이나타운의 평균 관광 체류시간은 2시간 이상 3시간 미만이 39.3%로 가장 높다. 단순히 중화요리를 먹고 돌아가는 관광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관광객의 방문 동기 역시 ‘음식·맛집 체험’이 38.9%다. 차이나타운의 장소 이미지 역시 ‘맛집이 밀집한 장소’가 32.8%로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과거 중국인들이 개항 후 정착한 곳이라는 차이나타운의 역사적 의의를 내세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이나타운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음식점 방문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차이나타운은 외부 환경이나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인 외식업 위주로 돌아가면서 관광 골목상권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 관광경영과 교수는 “차이나타운은 관광특구이지만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콘텐츠보단 중국음식점 등 하드웨어적 요소만 부각돼 있어 침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콘텐츠형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강력한 브랜드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차이나타운 임대료 높고 콘텐츠 부족… 생존 ‘바늘구멍’
인천 차이나타운의 높은 임대료와 부족한 콘텐츠 탓에 신생 점포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인천시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차이나타운 내 점포 개업률은 2.9%, 폐업률은 4.4%로 폐업 점포가 개업 점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년 전 차이나타운에 개업한 전체 점포의 생존율은 37.5%에 머물고 있다. 이 중 서비스업 점포는 2018년과 2016년에 개업한 점포 2곳 모두 폐업한 상태다. 외식업 점포 역시 2016년에 개업한 점포의 33.3%만이 현재까지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고, 2018년에 개업한 점포는 50%만 남은 상태다.
차이나타운 내 점포의 낮은 생존률은 인근 지역보다 높은 임대료와 땅값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차이나타운은 중구의 평균 개별 공시지가와 비교하면 1.4배가량 높은 상태다. 여기에 인천 차이나타운의 지난해 개별 공시지가는 1㎡당 평균 153만4천원으로 2020년(143만4천원)보다 7%가량 증가했다.
이에 차이나타운 내 종전의 골목상권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확장형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먹거리 위주의 콘텐츠는 관광객 범위를 한정시키고 이는 상권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점포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대 차이나타운 번영회장은 “음식적 위주의 콘텐츠 구성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고객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만들어 전체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주변 개항장, 월미도 등과 연계한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 상권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민수·박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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