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분리배출제 무색…경기도 주택가에선 라벨 부착 투명페트병만

지난해 말부터 단독주택, 상가 등에 대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됐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4일 오후 수원시내 한 주택가 분리배출대에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뒤섞인 채 버려져 있다. 김시범기자
지난해 말부터 단독주택, 상가 등에 대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됐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4일 오후 수원시내 한 주택가 분리배출대에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뒤섞인 채 버려져 있다. 김시범기자

투명페트병에 부착된 라벨을 떼어 버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분리배출제도가 단독주택에서는 물론이고 기존 적용대상이었던 공동주택 현장에서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5일부터 라벨을 제거하고 내용물을 비운 뒤 압축해서 버리는 분리배출제가 기존 공동주택에서 단독주택까지 확대됐다. 계도기간은 올해 12월24일까지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도내 곳곳에서는 여전히 과거처럼 라벨 제거 없이 버려진 페트병들이 무분별하게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10시께 군포시 산본동 한 단독주택가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김상진씨(57)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봇대 밑에 가득 쌓인 쓰레기 더미 한켠에 라벨과 내용물이 그대로 있는 페트병이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는 8개 페트병을 꺼내 라벨을 하나하나 힘겹게 제거하면서 발로 밟아 찌그러뜨렸다.

김씨는 “제도가 시행되고 난 뒤 라벨이 제거된 페트병은 단 한개도 못봤다”며 “주민들에게 이를 당부해도 라벨이 붙여진 페트병만 눈에 보이니 허탈할 따름”이라며 “깨끗한 투명페트병 찾기는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사막에서 바늘찾기’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 단독주택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길 고양이가 헤쳐 놓은 검은색 쓰레기 봉투 안에는 라벨과 내용물이 들어 있는 5개의 콜라 페트병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020년 말부터 분리배출제가 적용된 아파트의 상황은 더 엉망이었다. 의왕시 오전동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이와 관련한 안내문이 무색하게 라벨이 부착된 10여개의 페트병이 다른 음료수병과 뒤섞여 있었다. 분리 방법을 모르는 주민을 위해 라벨이 제거되고 내용물이 없는 투명 페트병까지 예시로 배치됐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러한 원인은 주민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 설문 조사 결과, 페트병 분리 배출 경험이 있는 소비자 70.6%(1천명 중 706명)가 ‘라벨 제거’가 가장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시민 입장을 고려한 정책이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교근 청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자원순환 절약을 위해선 시민의 불편함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이에 걸맞는 홍보나 정책을 진행하고 시민이 이를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시민 실천이 아직 미흡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계도와 안내 등 홍보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계도기간 이후 분리배출제를 실천하지 않은 시민에겐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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